FRB, '출구전략' 만지작…RP 매각 추진

유동성 회수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환매조건부 채권(RP)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18개 국채전문딜러(프라이머리 딜러)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FRB가 확대 기조의 통화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RB는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이후 시중에 공급한 1조달러의 자금 일부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RP 매각을 추진 중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7월 월스트리트 기고를 통해 RP 매각과 기간물예치제도를 FRB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바클레이즈의 조셉 아베이트 머니마켓 전략가는 "FRB의 RP 매각 규모가 4000억~6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FRB가 국채 딜러들과 협약을 통해 RP를 매각하려는 것은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금융사에 있는 초과 지급준비금을 일정 규모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FRB로선 RP 매각을 통해 언제든지 필요할 때 큰 부작용 없이 유동성을 흡수할 수단이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로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작된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가 FRB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했던 수천억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이 과정에서 시중에 흘러나갈 유동성을 통제하는 차원에서 RP 매각이 추진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저지에 있는 리서치회사인 라이슨ICA의 루이스 크랜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FRB가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유동성을 축소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FRB는 22~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출구전략 개시 시점을 포함한 금융정책을 논의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