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조 시대] (5) 일 안하는 전임자, 파업전략 몰두…특근·잔업수당까지 챙겨

⑤·끝 '유급 전임자' 없애야

22년째(1994년은 제외) 파업을 연례 행사로 치르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에는 전임자만 98명이 상근한다. 전체 조합원은 4만4000여명.조합원 450명당 전임자 수가 1명인 셈이다. 여기에 조합교육위원,근무형태 변경위원,사업부 대표 등 회사에서 별도로 인정한 임시 상근자까지 합할 경우 실제 전임자 수는 119명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조합원 203명당 전임자 수가 1명으로 선진국 어느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까운 일본의 노조는 평균 조합원 500~600명당 1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다. 미국도 800~1000명당 1명,독일은 1500명당 1명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들 국가와 비교해 최대 7배나 많은 전임자를 두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노조 대의원 440여명도 대부분 일을 하지 않고 임금을 받고 있어 사실상의 전임자는 660여명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전임자들에게 지원되는 평균 연봉은 6600만원이다. 연간 435억원이 이들 '베짱이'노조간부들에게 지급되는 셈이다. 더욱이 이들 전임자는 주말 특근과 잔업을 안해도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월 135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무수당을 받고 있다. 매년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기아차의 노조에도 73명의 전임자가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상급단체 파견 12명,각 지역 공장파견자 42명을 합하면 실제 전임자는 127명으로 늘어난다. 기아차에서도 노조 전임자가 일을 안해도 월 65시간의 연장근로를 인정하고 있다. 과다한 노조 전임자가 노동운동을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 스스로 전임자 임금을 해결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회사에서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다보니 노조는 떼를 써서라도 전임자를 늘리고 있다. 정치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는 전임자 증원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는 곳이 상당수다. 힘으로 밀어붙여 확보한 전임자는 분배와 투쟁전략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파업→전임자 증원→파업이란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재황 한국경총 이사는 "노조 전임자들은 하루종일 사용자를 괴롭힐 생각만 한다"며 "전임자 임금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기업들이 노사갈등을 스스로 재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툭하면 정치파업과 연대파업을 벌여온 금속노조 사업장에는 전임자가 다른 사업장보다 많다. 경주 외동농공단지에 위치한 조합원 700명의 다스 노조는 지난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한 뒤 전임자를 4명에서 11명으로 늘렸다. 조합원이 19명인 대동산업에는 전임자만 3명이다. 조합원 6명당 1명꼴로 전임자를 두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은 중소기업에서도 많은 전임자를 요구하고 있다"며 "전임자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시키면 전임자 수가 줄게 되고,이는 노사관계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년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시행하려는 것도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조 전임자 수는 2008년 말 기준 1만583명이며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총액은 428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수는 149명이고, 노조 1곳당 전임자 수는 2.7명이다. 선진국에선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조 재정에서 스스로 충당하고 있다. 미국은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재정 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종업원 대표나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금전을 지급받을 경우 1만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일부 기업은 단체협약으로 유급 조합활동을 인정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정 범위가 크게 좁아지고 있다. 일본도 전임자 임금 지원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노조 전임자 임금만큼은 철저히 노조 재정으로 해결한다. 다만 기업단위로 구성돼 있는 종업원평의회 전임자는 △종업원 200~500명 1명 △501~900명 2명 △901명~1500명 3명 △1501~2000명 4명 등으로 유급을 인정받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