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中, 이번엔 '건자재 갈등'…무역분쟁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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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강관 이어 조립식 벽ㆍ종이로 전선확대
이틀전 美·中 정상 '보호무역 배격' 합의 무색
중국과 미국 ·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이 확산일로다. 미국과는 타이어,닭고기,자동차,강관에 이어 조립식 벽과 종이로 분쟁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EU와는 돼지고기 수입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불과 이틀 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보호주의를 배격하자며 악수를 나눴던 게 민망하기까지 한 모양새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제프리 코트캄프 미 플로리다주 부지사 부부 등 1200여명은 중국산 조립식 벽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제품은 소비자 상품안전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중국산 조립식 벽에서 썩은 계란 냄새가 나고 벽을 통과하는 파이프를 부식시킨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상이 된 조립식 벽은 중국건재기계집단과 독일 크노프의 중국법인 등이 만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립식 벽에 집단소송이 걸릴 경우 그 규모가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2005년 태풍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입은 직후 복구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690만개의 조립식 벽을 수입하기도 했다. 미국의 3개 제지업체는 이날 중국과 인도네시아산 수입 종이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해달라는 청원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미 철강업체들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조사해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최고 35%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 반발,미국산 자동차와 닭고기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또 코카콜라와 미 프로농구협회(NBA) 상하이사무소 직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금하는 등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22일 뉴욕에서 가진 미 · 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타이어에 부과한 긴급관세는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2주간이 넘는 미국 일정을 시작한 것도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북아일랜드 등 EU 5개국의 돼지 농장에서 신종 플루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을 이유로 추가 검역을 요구하며 수입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안드룰라 바실리우 EU 보건담당 집행위원은 2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플루는 돼지고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도 중국이 수입을 제한한 것은 보호무역의 한 방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의 위타이웨이 소장은 "모든 국가가 수출품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수출국으로서의 성실한 의무"라고 반박했다. 지난 7월 EU는 5년간 중국산 선재 제품에 대해 최대 2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달에는 중국산 알루미늄 차량용 바퀴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