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국세행정, 부도위기 中企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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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경영압박에 양도세 체납한 지방세무서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보기 드문 결정을 내려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신속한 압류해제 결정…극적 회생
국세청의 지원 서비스를 받은 곳은 경기 안성에 있는 문구용지 업체 대영인테크.3M의 '포스트잇'과 같은 접착 메모지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12명의 종업원이 매달 1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지방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2006년에 판 평택 공장의 양도세 3억3000만원을 내지 못해 지난달 초 수원세무서에서 공장을 압류하는 위기를 맞았다. 자산이 압류되면 '부실기업'으로 분류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대출받은 자금을 즉시 갚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때마침 이 회사 장영순 사장의 남편까지 7년여의 암투병 끝에 지난달 말 숨지면서 회사는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딱한 사정을 들은 차기선 수원세무서 서장과 엄선호 재산1계 담당 주사는 장 사장에게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찾아가라고 안내했다. 납세자보호위원회는 세금과 관련된 고충과 민원을 들어주는 곳으로 지방청과 세무서에 설치돼 있다. 지난 17일 열린 위원회에 참석한 장 사장은 회사를 살려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위원회는 이를 수용했고 23일 장 사장의 공장은 압류에서 풀려났다. 압류를 해제하면 세금 징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적지 않은 부담이 되지만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엄 주사는 "압류 해제는 10년간 국세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정상 가동되고 있는 공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현장에서는 이렇게 큰 도움을 주는 국세공무원들이 있는데 과거 국세청이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쳐졌던 것 같아 안타깝다"며 장문의 감사 편지를 신문사에 보내 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