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노조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선거에서 중도실리파인 이경훈 후보가 강성 후보를 누르고 새로운 지부장에 당선됐다. 이 회사 노조에서 중도실리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과격투쟁의 대명사로 불려온 현대차 노조가 이를 계기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노조도 무너진다"며 반(反)금속노조 분위기를 주도해온데다 당선 일성(一聲) 또한 "금속노조를 우리 몸에 맞게 탈바꿈시켜야 한다" "민노총은 달라져야 하고 국민에게 사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총 전위대로서의 역할은 이제 고사하겠다는 뜻이다. 투쟁 일변도 운동노선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조합원들 또한 이 생각에 동조하고 있음을 선거결과는 보여준다. 따라서 현대차노조와 민노총과의 관계는 재정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당장 민노총을 탈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적지 않은 거리를 두게 될 것은 분명하다. 구체적으로 현대차노조가 어떤 행보를 해나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노사화합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세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리고, 고질병이 된 후진적 노동운동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온 국민의 바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민노총은 핵심 조직인 현대차노조마저 왜 이런 선택을 하는 상황에까지 왔겠는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올들어서만 KT노조 쌍용차노조 등 17개 노조가 줄줄이 탈퇴하는 등 일선노조와 국민여론이 민노총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민노총은 강경 일변도 노선과 정치투쟁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일선 조합원들도 공감(共感)할 수 있는 합리적 운동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현대차노조는 물론 민노총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국민들과 함께 관심 깊게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