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노는 땅' 왜 집 안짓나 했더니…

정부, 40년전 택지 분양했지만 나무 많다고 건축허가 안내줘
환경보전 vs 재산권 침해 '팽팽'
정부로부터 40년 전에 택지를 분양받은 지주들이 서울시와 종로구청의 건축허가 떠넘기기로 집을 짓지 못하고 있어 이미 집을 지은 소유주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다음달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이 일대 택지의 건축허가 여부와 구체적인 기준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25일 서울시와 종로구청 등에 따르면 북한산 자락에 있는 종로구 평창동 일대 고급 주택 단지 19만㎡(일명 원형택지)를 소유한 지주들이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원형택지는 지목은 대지이지만 실제로는 수풀이 우거진 땅을 가리킨다. 이 땅은 정부가 1971~72년에 분양한 택지 86만9145㎡의 일부다. 현재 296필지 18만9219㎡가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이 이 일대의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하기 이전인 2006년 6월까지는 자연풍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조건으로 67만9926㎡에 대해선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에 따라 이 일대는 건축미가 뛰어나고 자연미를 살린 고급 주택 단지로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00년 7월 조례로 지목이 '대지'인 토지라하더라도 경사도가 21도 이상이거나 입목본수도(대지면적에서 나무가 심어져 있는 면적 비율)가 51% 이상일 경우에는 개발하지 못하도록 묶었다. 이에 원형택지 대부분이 이 조례에 걸려 사실상 집을 짓지 못하고 있다며 소유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종로구청은 소유주들의 민원에 따라 2006년 건축허가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했으며 현재 서울시가 심의 중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전체 86만여㎡ 가운데 일부 땅에만 건축을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뿐만 아니라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어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빨리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환경단체의 반대 등을 내세워 종로구에 지구계획수립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로구청이 원형택지를 개발할 곳과 공원으로 보존할 곳을 구분해 오면 시 예산으로 보존지역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용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해 시의회가 승인할지가 불투명하다. 특히 서울시가 암반을 절대 굴착할 수 없도록 지침을 정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 일대는 암반지역이어서 사실상 건축을 원천봉쇄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지주들은 정부가 민간에게 택지로 팔고도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 이미 건축허가를 내준 지주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안승만 평창동 원형택지대책위원회 총무는 "정부가 땅을 팔 때부터 급경사지역인 데다 한 삽만 떠도 암반이 나오는 곳이었다"며 "급경사는 현재 건축기술이 뛰어나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미 암반을 활용해 뛰어난 조형미를 갖춘 집도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원으로 수용할 경우 보상액만 무려 5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정부 예산으로 기존 주택의 개인 정원을 만들어 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