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펠 '불공정 감원'…유럽 내분 격화

보조금 댓가 獨공장만 '소폭'…英 벨기에 등 대폭감원 '발끈'
바로수 위원장 시험대 올라
3개월여간의 줄다리기 끝에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마그나와 러시아 은행 컨소시엄에 넘어간 GM유럽의 오펠 · 복스홀 매각 후폭풍이 거세다. 마그나가 전체 5만4000여명 직원의 20%인 1만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45억유로의 '보조금 당근'으로 자국 피해를 최소화한 독일 정부에 대한 유럽 각국의 비난 여론이 뜨겁다. 27일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대량 감원에 따른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독일 내 4개 공장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마그나의 잠정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뤼셀하임 등 독일의 4개 공장은 폐쇄 공포에서 벗어났고 2만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 공장의 감원 숫자는 고작 4000여명에 불과하다. 추가적 공장 폐쇄 및 감원 유탄은 GM유럽 공장이 있는 나머지 유럽 국가에 떨어지게 됐다. GM유럽은 오펠과 복스홀,사브 브랜드를 갖고 있는 GM의 유럽 법인이다.

◆독불장군 독일에 뿔난 유럽GM유럽 구조조정이 독일에만 유리하게 돌아가자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정부가 공개 비난에 나섰다. GM유럽은 스페인(7001명) 영국(4729명) 폴란드(3582명) 벨기에 · 룩셈부르크(2584명)에서 5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곳은 2000여명 규모의 안트베르펜 공장 폐쇄를 앞둔 벨기에다. 크리스 피터스 벨기에 경제부 장관은 "벨기에 공장이 독일 내 다른 공장보다 입지적 ·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복스홀 브랜드를 생산하는 2개의 공장을 둔 영국도 문제를 제기했다. 로드 만델슨 영국 산업장관은 "독일 공장에선 인력의 17%를 줄이고 영국 공장에선 20%나 감원하는 건 불공평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23일 "GM유럽 구조조정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미구엘 세바스티안 스페인 산업부 장관은 "독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EU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제재를 촉구했다.

네일리 크로스 EU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도 24일 "뇌물(보조금)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훔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독일 정부의 보호주의적 행보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벨기에의 요청에 따라 마그나의 오펠 인수를 둘러싼 불공정 여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EU는 독일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인수 · 합병(M&A) 거래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내홍은 최근 두 번째 임기를 앞둔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에게 심각한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진화 나선 GM…독일은 보조금 강행반면 마그나를 오펠 인수자로 낙점한 GM은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GM유럽은 파산 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프리츠 헨더슨 GM 회장은 "오펠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난 5월 지급불능을 신청해야 했을 것"이라며 "오펠은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이미지 손상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그나의 감원 계획에 대해서도 "벨기에 등 비효율적인 공장은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며 마그나의 결정을 옹호했다. 독일도 보조금 지급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터 힌츠 독일 경제부 장관은 "우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EU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충분히 대항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