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블루칩' 열풍] 강남 재건축의 힘…개포·반포·둔촌주공 등이 시장 '주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나홀로 아파트'(1~2개동 소규모 단독 아파트)에 사는 주부 A모씨는 요즘 속이 답답하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뚫고 올라가고 있다는 뉴스는 마치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고 털어놓는다. 살고있는 79㎡ 아파트 시세가 작년 금융위기 직전의 2억100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1억8000만원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물론 거래마저 끊겨 집을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인근 공릉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하고있는 김모 대표는 "최근 2개월 동안 시세보다 2000만원 정도 싸게 나온 급매 1건만을 거래시켰다"며 "문의도 거의 끊긴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이 곳 72㎡ 아파트는 올해 들어 60% 이상 상승하면서 작년 8월 금융위기 이전 시세를 훌쩍 뛰어넘었다. 작년 중반 10억원 선이던 이 아파트는 금융위기로 올초 7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나 시중에 풀린 자금이 경기회복 조짐을 타고 몰려들면서 현재 10억9000만원 선에서 호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아파트 거래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서울 강남북 지역 간 부동산시장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대부분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반면 강북권 일반 아파트 대부분은 작년 금융위기 이전 가격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재건축 최고가 돌파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대부분 금융위기 발생 이전 시세를 돌파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조사한 금융위기 이후 서울 · 수도권 아파트 시세동향에 따르면 지난 23일 현재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가격은 3850만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인 작년 8월 3.3㎡ 당 3519만원 보다 9% 이상 비싸다. 부동산 버블 논쟁이 절정에 달했던 2007년 초(3820만원) 시세까지 뛰어넘은 것이다.

개별 아파트를 볼 때 최근 저점이었던 올초에 비해 가격이 40% 이상 오른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72㎡ 아파트의 경우 올초 대비 4억원 이상 뛰어오르며 상승률이 65%에 달했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1단지 51㎡도 올 들어 2억원가량 올라 51%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둔촌동 주공1,2단지와 상일동 고덕주공3,4,5단지,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와 잠실동 주공5단지,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중소형 아파트 상당수도 올 상승률이 4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부동산 구입자에 대한 국세청 자금출처 조사와 DTI규제 확대로 인해 매수 문의를 크게 줄었지만 8억3000만원 선인 개포주공4단지 43㎡의 경우 2000만~3000만원만 싸게 내놓으면 사겠다는 대기매수자가 아직 상당하다"고 말했다. ◆제자리 걸음하는 강북 아파트

강북지역 중소형 아파트 단지는 작년 금융위기 이전 가격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을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강북지역 최고 주택상품으로 꼽히는 재개발 분양권도 전반적으로 약세 분위기다. 강남 4개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 일반 아파트들은 작년 금융위기 이전 가격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채 3.3㎡당 평균 가격이 강남 4개구 재건축아파트 시세의 36%인 1406만원 선에 머물고 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D아파트 169㎡의 경우 작년 9월 6억4000만원이던 시세가 최근 5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노원구 공릉동의 K아파트 79㎡도 현재 1억8000만원 선으로 1년 전에 비해 3000만원 가까이 싸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마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에까지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성북구 길음동 D아파트 142㎡는 1년 전 대비 9000만원가량 내려간 5억3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강북지역에서 재개발이 가장 활발한 강북구 미아6재개발 구역의 분양권 평균시세는 3.3㎡ 1406만원으로 작년 8,9월 이전 시세(1432만원)에 못 미치고 있다. ◆"강남은 당분간 숨고르기 할 것"

서울 강남북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완화와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시중자금을 꼽았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양도소득세 중과기준이 낮아지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이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재건축 용적률 규제 등이 풀린 것이 가수요층을 끌어 모았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부동산일번지 대표는 "강남 요지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는 거주를 위한 주택상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투자상품"이라며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자 풀렸던 부동자금이 실물경기 회복에 앞서 강남 재건축아파트로 먼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남 집값은 당분간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함 실장은 "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올라 숨고르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도 "최근 강남 아파트 거래는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선취매에 나선 성격이 짙다"며 "과열권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7~2008년 상반기 사이에 강북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강남북 간 가격 격차 메우기 현상이 나타날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신규 분양시장과 지역별 호재가 있는 곳을 선별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의 김승배 사장은 "4대강 정비사업 추진 등으로 풀려나온 막대한 보상비가 향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