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한은 단독조사권 반대"

은행장들이 한국은행의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에 대해 정부와 입이라도 맞춘 듯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허경욱 재정경제부 1차관,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주열 한은 부총재,이석근 금감원 부원장보 등 4개 금융관련 부처 및 기관의 부기관장들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만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제대로 운용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한은의 단독조사권 확보 여부로 한은과 재정부 · 금융위 · 금감원이 갈등을 빚자 관련 부처가 MOU를 잘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서둘러 갈등을 진화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한은과 금감원이 맺은 MOU는 기존 정보공유 비율을 60%에서 98% 수준으로 높이고 한은이 요구하면 금감원이 한 달 내 공동검사에 착수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은은 그러나 MOU와는 별도로 한은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정보공유와 공동검사를 통해 정보 확보가 원활하게 이뤄질 자신이 없다"며 MOU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18개 은행장들이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모았다. 은행장들은 △감독기관이 이원화돼 혼선이 초래될 소지가 있으며 △중복검사에 따른 은행의 부담이 증가하고 △한은과 금감원 간 MOU까지 체결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단독조사권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석/박준동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