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우파 '오바마 암살' 설문까지…

흑인 대통령 증오 위험수위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급기야 암살 위협까지 받고 있다. 오바마를 '히틀러' '악당 조커(사진)' 등으로 지칭하거나 묘사해온 극우파들의 행태가 극단적인 수위로 치닫는 형국이다.

미 재무부 소속의 비밀검찰국(SS)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게재된 오바마 대통령의 암살 관련 설문을 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비밀검찰국은 대통령 신변 경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설문은 '오바마가 암살될까'라는 질문을 주고 '그렇지 않다','아마도','내 의료보험을 줄이면 그렇다'는 세 가지 답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 페이스북 측은 "설문은 페이스북이 간여한 게 아니라 제3자인 개인이 만든 것"이라며 이날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페이스북은 가입자 수가 미국의 총인구와 비슷한 3억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다. 또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한 성인클럽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로 묘사한 깃발을 내걸어 빈축을 샀다. 깃발에 그려진 오바마 대통령은 하얀 얼굴과 까만 두 눈에 붉은색 립스틱을 지저분하게 바른 모습이었다. 그 밑에는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적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과거 한때 자신을 겨냥했던 광범위한 우파 진영의 음모가 이제 오바마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별과 인종,교육 수준 등 미국인의 인구통계적인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적의에 가득 차 있다"며 "우파는 오바마가 실패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오바마를 비난하는 우익들의 증오가 조지 모스콘 시장과 동성애 권익 옹호론자인 하비 밀크가 암살됐던 1970년대 후반의 샌프란시스코를 상기시킨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이 의회 연설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짓말쟁이"이라고 고함을 지른 것에 대해 "흑인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 마음 속에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