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대기업은 알지만 중소기업은 모르는것

'中企경영의 ABC' 세우는 법
전경련 중기 자문단의 '원포인트 경영레슨'
"외상매출금 평균 회수기간이 얼마나 됩니까?" "그게…서류를 좀 뒤져 봐야 합니다. " "지난달 순이익은 계산이 끝났습니까?" "담당자가 지난달 퇴사를 해서요. "

전직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 경영자문단 위원들이 중소기업 실사를 나갈 때마다 반복되는 대화 패턴이다. 중소기업 CEO들이 현장과 거래처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재무관리는 회계담당 직원 한두 명에게 맡겨 생긴 일이라는 설명이다. 대우 계열사 사장을 지낸 권동열 경영자문단 위원장은 "재무관리 프로그램이 뭐냐고 묻는 기업도 부지기수"라며 "이런 기업들은 위기를 감지하기 힘들고 적절한 투자 타이밍도 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아킬레스건은 재무관리만이 아니다. 마케팅과 인사,대관업무 등 도처에 약점이 널려있다. 대기업 시각에서 보면 '경영의 ABC'만 알아도 해결되는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대기업들은 알지만 중소기업들은 모르는 '경영 포인트'들을 자문단의 도움으로 정리했다.

◆기업 부실 징후 실시간으로 관리해라

커피믹스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낭띠의 김옥기 대표는 지난해 기업 운영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결해달라며 자문단 문을 두드렸다. 매출채권 남발로 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원자재 구매대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의 재무 데이터도 보존돼 있지 않았다. 전경련 자문단은 일단 돈 새는 곳부터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도한 이자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금을 확충하라고 권고했다. 한편으로는 급한 돈은 전경련이 추천하는 '무담보 신용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마련했다. 원재료를 어음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고 주먹구구식이었던 제품 재료별 원가를 치밀하게 분석할 것도 주문했다. 중 · 장기 자금운용 계획을 만들라는 권고도 내놨다.

자문을 받은 후 이 회사의 경영 사정은 조금씩 호전됐다. 2007년 530%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8년 말 340%까지 줄었으며 원재료 구매비용도 10%가량 줄어들었다.

자문단은 재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가 부실 징후의 파악이라고 강조했다. CEO가 재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낭띠의 사례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문제가 드러난다는 것.자문단 관계자는 "재무담당 직원을 다수 뽑을 역량이 못된다면 전산 시스템이라도 구축해야 한다"며 "중기청 등의 도움을 받으면 큰 비용 투자 없이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문단은 그 밖에 신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R&D(연구 · 개발) 투자와 관련된 회계정리를 잘못해 정부의 지원을 놓친 기계류 세정제 생산기업 ㈜비엔에프도 제대로 된 재무시스템을 갖췄다면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안타까운 사례로 꼽았다.

◆직원들의 이직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중소기업의 약점은 '사람'이다. '이제 일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직원은 어김없이 사표를 들고 나타난다는 게 중소기업 CEO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자문단은 이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소기업에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대기업식 'HR(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유한다. 돈은 많이 못 벌어도 경력개발에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게 HR 시스템 구축의 목적이다.

전사적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일상 업무와 핵심업무를 구분하고 이에 따른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게 첫 단계다. 개별 직원들이 자신이 하는 업무가 회사의 전략목표와 긴밀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게 자문단의 설명이다.

자문단 관계자는 "능력에 따라 차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커리어 패스를 개발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며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푸짐한 포상을 해 사기를 북돋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CEO들의 지나친 일 욕심도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CEO가 자리를 비우면 업무 전체가 '올스톱' 되는 조직은 일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자문단 관계자는 "재무,인사,기술,생산 등으로 분야를 나눠 임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게 정답"이라며 "권한 위임 후에는 임원들이 제대로 일처리를 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