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보다 채권 더 산다

이달 6조 2608억 순매수
금리 싼 '달러캐리' 자금 이용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보다 채권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원 ·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로 채권시장에선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전날까지 채권시장에서 모두 6조2608억원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주식은 5조96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외국인들이 올해 매입한 채권규모는 33조18억원으로 주식 순매수 규모(26조9157억원)를 22%나 웃돌았다.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채권매수는 원화 강세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캐리 트레이드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다른 통화로 표기된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여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기법이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화를 빌릴 때 적용되는 리보금리도 연초 1.4%에서 이달엔 0.28%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기가 수월해진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 채권을 대거 매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국채의 씨티그룹 글로벌채권지수(WGBI) 편입이 임박했다는 점도 외국인 채권 매수의 배경으로 꼽혔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시 16조원 이상의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며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들은 장기투자 성향이 강해 장기채권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