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헷갈리는 도시형 생활주택 기준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시한 인센티브가 되레 사업 진행을 가로막아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공급을 늘리려고 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이 그렇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서울시가 독신 거주자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인허가를 시작한 것은 지난 7월1일.이후 관련 행정규정은 네 차례나 바뀌었고 다음 달 또 한 차례의 개정을 앞두고 있다. 먼저 지난 7월30일 서울시가 원룸형 주택은 세대당 0.5대,기숙사형은 세대당 0.3대까지만 주차장을 확보해도 되도록 하는 조례안을 시행했다. 8월20일에는 국토해양부가 전세대책의 하나로 5층 이상의 전용면적 20㎡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을 1채까지 무주택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또 9월13일 원룸형과 기숙사형의 세대당 주택면적 허용기준을 당초보다 10~20㎡까지 넓힐 수 있도록 했으며 주차장 설치기준 역시 고시원 수준(연면적 134㎡당 1대)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에는 서울시가 역시 전세대책으로 연면적 200㎡당 1대꼴로 주차장을 만들어도 되는 설치기준 완화구역을 확대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경쟁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가운데 하루 만에 일부 지역에서는 주차장 설치기준이 바뀐 것이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각종 인센티브를 번갈아 쏟아내면서 현장에서는 당국의 기대와 상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업시행 후보자인 도심의 단독 · 연립주택 소유주들이 제도가 좀 더 개선될 것을 기대,착공을 미루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도시형 생활주택의 사업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 발표되면서 지주들은 더 나은 안이 나올 때까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면서 "지난 7월만 해도 3.3㎡당 1700만원 선이던 성북구 안암동의 고려대 인근 단독주택 땅값이 2000만원까지 오르는 등 땅값만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이후 서울시내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가 2건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국토부에서는 "10월에 관련 법규가 최종 정비되고 나서는 추가 인센티브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의견 수렴부터 충분히 했어야 했다.

노경목 건설부동산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