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토] 싱가포르 F1…한밤 도심 가른 시속 300km '괴물' 들의 향연

내년부턴 중간급유 금지, 팀마다 연비개선 작업 한창
내년 10월 전남 영암서 개최
지난 27일 밤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뮬러원(F1) 경주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종합성적 4위를 달리고 있는 레드불레이싱-르노 팀의 마크 웨버는 연료 공급을 위해 잠시 피트(경주차를 정비하는 곳)에 들렀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정비 인력과 사인이 맞지 않아 연료 공급 호스를 꽂은 채 출발하다가 급정거했던 것.때문에 0.1초 차이로 승부가 엇갈리는 경주에서 귀중한 10여초를 허비했다.

포스인디아-메르세데스 팀의 아드리안 수틸은 스쿠데리아-토로 로소 팀의 하이메 알퀘수아리를 무리하게 추월하는 과정에서 BMW-자우버 팀의 닉 하이드펠트와 충돌했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5만여명의 관중은 열광했다.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굴러 가며 F1을 만끽했다. F1을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일한 밤경기 연 싱가포르

싱가포르 F1은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각국별로 돌아가며 열리는 F1 일정(총 17회) 중 올해 14번째 대회다. 전용 경기장(서키트) 없이 시내 도로를 막아 경주를 벌이는 점과 오후 8시부터 결승전을 치른다는 점이 다른 대회와 차이점이다. 시속 300㎞ 안팎의 고속 주행을 위해 도로 양쪽 2~3m마다 별도 조명을 설치했다. 드라이버들은 총 길이 5.067㎞인 서키트를 61바퀴 돌았다.

이날 F1 결승전의 승리는 24세의 신예인 루이스 해밀턴(맥라렌-메르세데스)이 차지했다. 해밀턴은 경기 시작 때부터 1위를 지키며 1시간56분6초337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티모 글록(파나소닉-도요타)이 해밀턴에 9.6초 차이로 뒤진 2위,페르난도 알론소(ING-르노)가 1위와 16.6초 차이로 3위를 각각 기록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젠슨 버튼(브라운-메르세데스)은 이번 대회에서 5위로 처졌다. 하지만 1~14회 성적을 합산한 종합점수가 84포인트여서 최종 우승 전선엔 이상이 없을 전망이다. 팀 동료인 루벤스 바리첼로도 이번 대회에서 6위로 들어왔지만 3포인트를 추가 획득해 누계 69포인트로 종합 2위 자리를 고수했다.

◆F1은 첨단기술 경연의 장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리는 F1은 진보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선보이는 무대다. F1의 역사는 자동차 신기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958년 F1에는 엔진이 운전석 뒤에 배치된 '미드엔진' 경주차가 처음 승리했다. 이후 미드엔진 스포츠카가 다수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1962년 로터스 팀은 새로운 V8 엔진을 탑재한 로터스25 경주차를 선보였다. 당시 최초로 알루미늄 시트 모노코크 차체를 사용했는데,획기적인 기술적 도약으로 평가됐다. F1 경주차에 도입된 앞날개와 스포일러,터보차저 엔진,광폭타이어 등도 F1 기술이 일반 자동차로 확산된 사례다. F1에 타이어를 단독 공급하고 있는 브리지스톤은 우천 경기 때 사용할 수 있는 '웨트 타이어'를 개발,일반 자동차에도 적용했다. 야스카와 히로시 브리지스톤 모터스포츠 마케팅 본부장은 "요즘 F1에선 친환경 기술을 확보하려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며 "친환경 분야에서도 F1 기술이 대중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F1의 새 규정에 따르면,내년부터 경주 중 급유가 급지되기 때문에 팀마다 연비 개선작업에 나서고 있다.

◆내년 10월엔 한국에서도 열려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F1이 열린다. 국내 결승전은 내년 10월17일 전남 영암에서 개최된다. 싱가포르(9월26일)와 일본(10월3일)에 이어 아시아 3연전이자 지역 최종전 성격이다. F1 한국 그랑프리 운영법인인 KAVO 측은 전남지역의 10월 평균 기온이 18도 안팎인 데다 한가위 등 명절을 비켜갔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일정을 배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 지원을 받아 내년 대회 3개월 전까지 경주장 및 진입도로 건설 등을 모두 끝내고 수도권 팬들을 영암까지 불러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해외 팬들을 위한 숙박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싱가포르=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