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토지주택공사의 과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고 무사안일에는 철퇴를 내릴 것입니다. "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이 10월1일 취임을 앞두고 직원들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날렸다. 이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서도 재차 임직원의 도덕성과 청렴을 주문할 예정이다. 이 사장이 부패와 비리척결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동안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초대 사장이 공사 출범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에서까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아픈 곳을 건드려야 할 만큼 사정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산업단지조성공사 턴키입찰 평가위원으로 선임된 주택공사 모부장은 1억원을 받고 특정업체에 100점(1위)을 줬다가 구속됐다. 더 큰 문제는 비리가 일상화된 고질병이란 점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김성순 의원(민주당)이 주공에서 받은 '주택공사에 대한 감사원 감사 및 국토부 감사 결과'를 보면 '비리백화점'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조경 감독업무를 맡은 주택공사 직원은 수목업자가 소나무 등 대형목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한 후 대가로 백화점 상품권 휴가비 등으로 390만원의 금품을 받았다. 전기공사 감독업무를 맡은 직원은 하도급업체와 자재납품업체에서 277만원어치의 금품 및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경우도 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지장물 조사와 보상업무 등을 하던 직원은 보상금을 노리고 수차례에 걸쳐 가족들을 위장전입하고 주거이전비 등의 명목으로 600만원 이상을 받았다.

건설사 임원에게 골프접대를 받고 휴가도 받지 않고 평일에 골프를 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결국 이 사장은 골프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향응성 골프는 범죄 행위로 (적발될 경우) 즉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골프 금지령'을 내린 셈이다. 이 사장은 또 비리가 한 번만 적발돼도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와 같은 강력한 부정부패 방지대책을 검토 중이다. 청렴도를 인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공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겠다는 이 사장의 의지를 통합공사 직원들이 제대로 읽고 따를지 지켜볼 일이다. 김문권 건설부동산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