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을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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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씨 산문집 '길들은 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출간시인 함민복씨(47)는 산문집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현대문학)에서 '내 탁한 눈동자 거울에 모습을 비춰준 세상의 모든 사물들과 나를 지나가준 풍경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의 말처럼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들에는 시인의 눈동자에 들어온 세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묻어난다.
그는 '시를 쓰며 추억에도 개인이 간직하고 싶은 소유권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추억을 풀어놓는다. <굴렁쇠>라는 산문에서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양조장 굴렁쇠를 훔쳐 엿장수에게 팔려고 했던 과거를 고백한다. 그런데 굴렁쇠의 출처를 단번에 알아본 엿장수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대신 장물을 제자리에 갖다놓으라고 타일렀다. 함씨는 "잘못 굴러갈 수도 있었던 소년들의 죄업을 끊어준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가 맑게 들릴 듯도 한 달밤이었다"며 유년기에 미수로 그쳤던 작은 범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오이냉국>에서 몇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 '박'을 떠올리는 그의 문장도 아름답다. 취기가 덜 가신 벗들을 위해 오이냉국을 만들어 내놓았던 '박',그는 '친구 박의 오이채 써는 서투른 도마 소리가 들릴 것 같은 여름밤이면,먼 별에도 찝찌름하게 간이 밴다'고 적었다.
올해 1월 사별한 어머니를 향한 사모곡은 애절하다. '열쇠처럼 쪼그맣지만 내 모든 것을 열어준 어머니,나의 어머니?m'가 결국 세상을 등진 후,그는 이렇게 썼다.
'항상 먼저 나와 계신 곳으로 제가 찾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는걸요. 그렇게,그렇게 그리움을 지워가며,어머니 곁으로 다가가겠지요.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