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특진비를 어찌하오리까

공정위, 부당징수 8곳에 과징금… 병원측 "환자에게 선택권 부여"
직장인 김희종씨(45)는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심장 관련 응급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수술이 끝난 뒤 진료비 계산서에 '선택진료비'가 부과된 것을 보고 병원 측에 항의했다. '선택진료비'란 환자가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은 뒤 최고 100%까지 추가로 내는 비용을 뜻하는데 자신은 의사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것.

하지만 김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법대로 하라"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었다. 병원 측은 입원 수속시 제출한 관련 서류(입원약정서 등)에 선택진료 안내가 있다는 것을 법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는 이에 두 번째 수술을 받으면서 '선택진료 해지'를 병원 측에 요청했지만 이미 의사가 정해졌다는 이유로 거부당했고,결국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두 차례의 수술 모두 선택진료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도권에 있는 8개 대형 종합병원이 지난 3년6개월 동안 이 같은 방식으로 3000억원이 넘는 선택진료비(특진비)를 부당하게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30일 발표했다. 해당 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인천 가천길병원,여의도 성모병원,수원 아주대병원,고대 안암병원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서울아산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각각 5억원,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에 각각 4억8000만원 등 총 30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병원이 2005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부당 징수한 특진비는 서울아산병원 689억원,삼성서울병원 603억원,신촌세브란스병원 576억원 등 총 33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병원은 선택진료를 신청하는 환자에게 영상진단이나 병리검사,방사선처럼 주 진료과가 아닌 항목에서도 환자의 뜻과는 관계없이 선택 진료를 받도록 하고 25~100%의 추가 비용을 징수했다.

공정위는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7개 병원이 자신들과 직 · 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대학이나 재단 등을 통해 제약회사 등에 기부금을 사실상 강요,총 600여억원을 받은 혐의를 추가 심사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중 가톨릭학원은 서울성모병원과 성의회관 신축 등을 위해 229억원을,연세대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수원 부지 매입과 영동세브란스병원 증축 경비 등의 명목으로 163억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환자에게 선택진료를 받을지 말지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나온 판례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주 진료과목 선택의사에게 진료지원과 선택진료 여부를 포괄 위임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며 "과거의 관행을 나중에 생긴 잣대로 소급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병원 신축과 관련,거액의 기부금을 제약사 등으로부터 받은 세브란스병원 및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제약사가 순수한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한 것이지 병원에서 강요한 것은 없다"며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명확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언론에 공표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신영/정종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