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호영 특임장관 "세종시, 국민대표 뽑아 '끝장토론'으로 풀어야"

인터뷰
"세종시 문제를 우리 사회 갈등을 풀어가는 역사적 모범사례로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 1000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참여시키는 '만민공동회식 끝장토론'도 문제 해결의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

주호영 신임 특임장관이 30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자마자 머리를 싸맨 고민은 역시 세종시 문제였다. 지역과 정치권을 4분5열시킬 수 있는 최대 현안을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풀어갈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있다고 했다. 막 공사가 끝난 서울 정부 중앙청사 8층 특임장관실에서 '대통령과 정치권,국민을 잇는 가교'가 되겠다는 그를 만났다. 주 장관은 "세종시 문제는 어느 한 쪽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 대표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함께 결정하게 한다면 꼬인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가 제안한 '만민공동회식 끝장토론'은 각계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다. 최대 몇 천명의 토론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이른바 '오픈스페이스 토론(OST)'이다.

그는 "세종시 계획을 자족기능 보완을 중심으로 수정하자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운찬 국무총리를 도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친 그의 휴대폰에는 여야와 각계각층 2000명의 전화번호가 꽉 차 있다. 그는 "의원회관에서 중앙청사로 자리를 옮겼으니 전화번호 목록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며 "당 · 정 · 청 불협화음이나 여야 대치 이야기가 더 이상 안 나오도록 매일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번호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주 장관은 야당과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에게 해외 특사를 적극 제안하고 대통령과의 만남도 자주 주선하겠다"며 "여야를 떠나 정치 지도자들이 자주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친박연대의 한나라당 복당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의 생각이 중요하다"면서도 "친박연대는 원래 정치적 노선이 같았던 분들이기 때문에 언제가 될진 몰라도 같은 길을 갈 거라 본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세종시 문제 외에도 4대강 살리기와 지방행정구역 개편 등 까다로운 현안에 대통령의 '별동대'로 투입될 예정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대북 문제에서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아직 대통령으로부터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대북특사로 임명된다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특임장관에 임명된 직후 이 대통령이 전화해 '여의도 심부름만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주요 국정과제와 현안에 대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장관을 돕고 지원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와 달리 정무활동이 많이 투명해졌지만 여야 설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분위기가 안 돼 있어 역할을 정립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정치권 전체의 풍토에 달려 있다"며 현재 여야 대치국면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불교계와 가까운 그는 종교계와의 화합에도 일 욕심을 드러냈다. 기독교인인 이 대통령이 임기 초기 불교계와 마찰을 경험했던 것을 감안해서다. 특히 불교계에서 요구하는 사찰소유지의 국립공원 해지에 대해 "사찰에 대한 규제가 지금까지 과도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종교계 역시 국민의 목소리 중 일부이므로 자주 만나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단체와도 열린 자세로 토론하고 설득하겠다"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예산을 놓고 오해가 많은데 수질개선과 홍수 방지라는 본래 목적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미/이준혁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