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해 적정價 보상하면 기업도 토지수용 할수 있다

헌재 "기업의 개인땅 강제 수용권 합헌"
민간산업단지 공공성 '인정'… 개발 활성화 될듯
민간기업에 토지 수용권을 주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느냐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잣대는 크게 두 가지다. 수용 행위가 공공의 필요에 부합하는지,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지 등이다. 헌재는 이번 위헌청구 건과 관련해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민간기업의 토지 수용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민간산업단지 공공역할 커헌재의 결정문은 이례적으로 민간 산업단지의 공익 기능에 대해 자세히 열거했다. 우선 지방에 건설되는 민간산업단지는 경제의 활력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방분산을 촉진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산업단지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산업을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기능이 있어 국토의 균형개발과 산업발전도 촉진시킨다고 판단했다.

결정문은 아울러 민간주도 산업단지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산업단지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 사업시행자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한다면 예산상의 제약으로 제때 산업단지가 개발될 수 없다고 봤다. 또 공영개발 방식만을 고집할 경우 수요에 맞지 않는 산업단지가 개발돼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와 함께 땅을 시가에 수용하고,산업단지로서의 효용을 상실했을 때 환매권이 발생하며,수용처분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토지 수용 조항이 피수용자의 재산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분쟁 전문 변호사인 남기송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금까지 공익 목적이 있는 수용 행위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적이 없었다"며 "이번 결정으로 소송에 발이 묶여 산업단지의 개발이 늦어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업의 산업단지 개발 활성화 예상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은 민간기업의 경우 △자신이 직접 입주하기 위해 개발하거나 △개발계획에 적합하게 산업단지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기업 등에만 사업시행자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충남 아산의 탕정산업단지나 경기 파주LCD단지 같은 지방산업단지 상당수가 민간기업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지방산업단지는 시 · 도지사가 지정한다. 반면 국가산업단지는 토지공사나 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로 개발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지정된 96개 산업단지(일반 · 도시첨단 · 농공단지 포함) 가운데 민간기업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곳만 23곳에 달한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따르면 민간기업 역시 정부 · 지자체 · 공공기관처럼 산업단지 조성 대상지에 대한 토지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산업단지 개발은 택지개발과 달리 사업 자체가 공공성이 강한 만큼 민간기업에도 별다른 제한없이 사업추진 초기부터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토지공급 가격이나 공급방식 등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산업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산업단지 인 · 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을 제정해 개발계획 · 실시계획 등 2단계에 걸쳐 진행되던 개발절차를 한번으로 통합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산업단지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특례법상 개발절차를 거칠 경우 산업단지 지정신청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종전 2~4년에서 6개월로 단축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조선 · 자동차산업 등의 수출호조,중국진출 기업의 회귀수요 등의 영향으로 산업용지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합헌 결정으로 민간기업들의 산업단지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국가경제에 기여하거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수용 주체와 무관하게 토지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익과 다수를 위해 소수가 양보하는 문화가 없으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근/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