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해방 후 앞만 보고 달려온 아버지들의 고백

아들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우재구 지음/ 석필/ 495쪽/ 1만8000원
"국민소득 67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숨가쁜 시절을 헤쳐오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겪고 배웠습니다. 한 세대 동안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만큼 압축적으로 체험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죠.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6 · 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심지어 북침이라는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파요. "

우재구 전 목원대 교수(73 · 사진)는 회고록 《아들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에서 해방 후 60여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고통스럽고 기뻤던 체험을 기록으로 남겨 우리 세대가 피땀 흘리며 국가건설과 기업창달,민주화에 매진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열 살 때 해방을 맞은 그는 영주농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한국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거쳐 평생 동안 경제현장을 누볐다.

동해생명 사장과 공영토건 법정관리인,코오롱상사 부사장,코오롱메트생명보험 사장,동부애트나생명보험 사장을 지냈고 1998년부터 2003년까지는 목원대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그는 해방 이후의 혼란상과 배고픈 성장기를 생생하게 회고하며 태백산 공비들의 양민 학살,6 · 25 때 형님들이 후퇴하는 국군을 따라 남쪽으로 떠난 뒤 인민군이 들이닥치던 아이러니의 현장,4 · 19와 5 · 16에 이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두 번의 오일쇼크와 인플레이션,민간 경제 성장과 민주화 과정 등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500쪽 가까운 분량에 한국 현대사의 질곡과 개인 · 가족사의 명암을 촘촘하게 담아낸 그는 "21세기의 주역들이여,공업화의 물결 속에 주말도 없이 일하던 개발연대의 피와 땀을 잊지 말고 새로운 도전을 이겨내면서 일류국가 건설에 매진해 달라"고 호소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