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왜 갈증이 날까

마음 vs 뇌 장현갑 지음/ 불광출판사/ 292쪽/ 1만3800원
2005년 세계 최첨단 과학 학회의 하나인 신경과학회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된 달라이라마는 명상을 통해 뇌의 생리학적 · 해부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해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신경세포는 유년 시절에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뒤로는 구조가 영원히 변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래 성인의 뇌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는 게 뇌과학계의 불문율로 통했기 때문이다.

1906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스페인 출신의 신경해부학자 라몬 이 카할이 "뇌를 포함해 중추신경계를 이루는 그러나 카할의 이 주장은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명상과 의학을 접목시킨 통합의학의 진전 덕분이다. 동물실험,임상시험 등을 통해서도 마음과 뇌의 상호관계성이 밝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뇌의 물리적 상태가 마음을 결정한다는 일방론이 깨지는 대신 마음과 뇌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양방향성이 굳어지는 추세다.

통합의학 보급에 앞장서온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는 《마음 vs 뇌》에서 뇌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마음이 지닌 위대한 힘을 설명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반 세기 이상 '마음과 뇌'의 관계에 천착해왔다. 의대 생리학 교실의 쥐 사육실에서 뇌와 행동변화를 관찰하기도 했고 약리학 교실에서 생리심리학 연구에 몰두한 적도 있다.

동물행동학,심리생물학적 발달 실험,정신분석 등을 거쳐 그가 들어선 것은 마음수행의 길이었다. 요가,초월명상,이완반응,국선도,태극권,참선,마음챙김(위파사나) 등을 직접 수행해본 저자는 다양한 수행 및 연구 경험,외국 학자들의 많은 연구사례를 바탕으로 마음수행에 의해 성인의 뇌도 바뀔 수 있음을 입증한다. 사실 과학적으로 입증만 못했을 뿐 마음이 몸의 변화를 초래하는 사례는 흔하다. 1962년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사막영화의 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개봉되자 세계 도처의 영화관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극장마다 중간 휴식 시간에 음료수를 사려는 관객들이 매점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스크린에 펼쳐진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에 심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근심 · 걱정 · 불안이 답답함을 넘어 가슴의 통증까지 유발하는 한국인 특유의 화병도 마음에서 비롯된 몸의 변화다.

이제 이런 사례들은 과학에 의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버클리대 연구팀이 쥐를 표준적 조건,풍요로운 조건,궁핍한 조건으로 나눠 1년 정도 사육한 뒤 뇌를 비교해 보니 풍요조건의 뇌가 표준조건이나 궁핍조건의 뇌보다 10%가량 무거웠다. 특히 고등정신 기능을 담당하는 '39번 뇌 영역'은 16%나 컸다.

따라서 마음을 훈련하면 뇌가 바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티베트의 수행승이 영하 십몇도의 추위 속에서 맨살을 드러낸 채 견디는 것은 자신의 체온을 임의로 올리는 툼모요가 덕분이다. 하버드대의 심장의학자 허버트 벤슨 박사가 실제로 툼모요가 수행승을 조사한 결과 명상을 하는 동안에는 체온이 엄청나게 상승했다가 명상을 끝낸 뒤에는 정상상태로 돌아온다는 게 확인됐다. 하버드 의대 사라 라자 박사팀은 명상을 한 사람은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의 부피가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주의 집중과 감각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특정 뇌 부위가 더 두꺼워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 결과와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스트레스를 이기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이완반응 명상,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명상,미국에 가장 먼저 소개됐던 초월명상(TM),불교의 수행법인 마음챙김 명상 등을 소개한다. 특히 매사추세츠 의대 카밧진 박사가 마음챙김 명상을 과학화한 8주짜리 'MBSR 프로그램'을 통해 만성통증,불안과 우울,암 등을 극복하거나 현저히 개선할 수 있음을 실제 사례와 함께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마음과 몸은 하나의 실체다. 몸의 병을 고치려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하는 지혜가 참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