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심박수 줄여 '안정형 협심증' 치료한다

한국세르비에 '프로코라란'
협심증 환자의 심장박동수를 낮추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30% 이상 낮출 수 있다는 견해가 순환기 학계에서 새로운 치료 방법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카디올''서큘레이션' 등 해외 유수 순환기학 저널에 따르면 분당 심박수(bpm)가 5단계 상승할 때마다 새로운 심장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1.14% 높아진다. 또 안정시 심박수가 80~89bpm인 사람은 60bpm 이하인 사람에 비해 허혈성 심장질환(심장근육에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2배 더 높다. 이런 연구 결과를 조합,분석하면 심박수가 10bpm 감소했을 때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30%가량 낮아질 수 있다. 2008년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BEAUTIFUL 연구'(심박수 감소제가 좌심실 기능저하 및 심장관상동맥 환자의 유병률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 따르면 심박수 감소제인 프로코라란(성분명 이바브라딘)을 심박수가 70bpm을 초과하는 협심증 환자에게 투여하면 각종 심혈관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24%,심근경색으로 입원할 확률이 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혈액공급이 부족한 상태의 심장에 심박수를 감소시키면 심장의 운동 부담과 산소 소모량이 줄어드는 한편 심장에 공급되는 혈액과 산소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규형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박수는 타고난 체질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고 운동과 적절한 식사요법 등에 의해 적절한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심박수가 적을수록 좋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대체로 안정시 심박수가 70bpm 이하면 심장건강에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장관상동맥질환 또는 좌심실기능저하를 동반한 환자에서의 맥박수 증가는 심혈관계 사고를 예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이들 환자에게 심박수 감소제를 투여하면 심혈관계 사고 위험이 줄어들고 향후 치료 결과도 나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코라란은 달리는 심장을 걷게 만듦으로써 불필요한 심장의 운동량을 최소화하는 약에 비유할 수 있다. 심박수를 통제하는 동방결절의 'If채널'에만 작용해 선택적으로 심박수를 줄이는 한편 심장수축력,혈압,방실 전도,심실 재분극 등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심장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협심증 치료제다. 2006년 1월 유럽에서 처음 시판 허가를 받았고 현재 전 세계 60개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국내서는 지난 7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베타차단제를 투여할 수 없거나 동일 제제에 대한 내성이 없는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로 시판허가를 받았다. 안정형 협심증이란 신체활동 및 정서적 스트레스에 의해 심장 관상동맥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함으로써 가슴을 쥐어짜는 듯 묵중한 느낌의 흉통이 흉골하부에 지속되지만 휴식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관상동맥 확장제)을 복용하면 완화되는 협심증으로 허혈성 심장질환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 약을 시판하는 한국세르비에 관계자는 "프로코라란은 베타차단제 등 기존 심장박동수 저감제와는 달리 선택적으로 심박수만을 저하시켜 저혈압,피로,성기능장애 등의 부작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