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가 매일 울면서와요"… 두번 우는 '나영이' 엄마들

"초등학생 딸 아이가 '성폭행' 당했냐는 아이들 놀림에 매일 집에 울면서 들어와요"

성폭행 피해 아동들의 사건을 일컫는 '나영이 사건'과 '은지 사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나영이' '은지'는 실제 피해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명이지만 이 사건이름이 통용되면서 엉뚱하게도 실제 이름이 '나영이'와 '은지'인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나영이'를 자녀로 둔 학부모 A씨는 사건이 보도된 이후 아이가 학교에 가는 날이면 늘 마음이 편치 않다.

아직까지 범죄의 심각성을 판단하지 못하는 철없는 아이들이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나영이 사건'을 듣고는 이름을 관련 지으며 딸을 놀리기 시작한 것이다.학부모 A씨는 "나영이 사건이 뉴스에 나올때마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나영이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내 기분이 이렇게 좋지 않은데, 실제 사건 피해자 엄마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다"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성폭행'이라는 단어의 뜻 모르는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보고 '나영이 사건'이라며 놀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요즘 같으면 정말 아이의 이름을 개명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로 잡기 위해 사건을 부각시킬 필요는 있지만, 피해자의 이름을 사건에 명명하는 것은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고 전했다. 나영이 사건은 술에 취한 50대가 등교중이였던 초등학생을 붙잡아 화장실에서 잔혹하게 성폭행 당한 사건으로 KBS '시사기획 쌈'에서 보도돼 처음 알려졌다.

사고로 인해 피해학생은 8시간의 대 수술을 받았음에도 항문과 대장 등 생식기의 80%가 불구가 되는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 조씨는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만을 선고 받았다.

당시 검찰은 "가해자인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조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해 형량을 낮췄다"라며 "오히려 조씨가 형량이 과하다며 대법원에 항소했다. 하지만 원래 형 그대로 12년형을 확정지었다"고 설명했다.이문제는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도 제기한 바 있다. 박 의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영이 사건'과 관련해 "사건 이름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조모씨의 실명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석 전날 나영이 부모와 나영이를 만나고 왔다"면서 "나영이 부모님이 '강호순 사건도 가해자인 강호순 사건으로 불리는데, 나영이 사건도 피해자의 이름이 붙어선 안된다'고 부탁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나영이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고에 대해 6일부터 가해자의 실명을 딴 '조두순 사건'으로 공식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뉴스팀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