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집 팔고…혼인신고 보류… 보금자리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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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의 꿈' 청약경쟁 백태주변 시세의 50~70% 선에서 공급돼 일명 '보금자리 로또'로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청약이 7일 국가유공자 등 기관추천자에 대한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2003년 도입된 로또복권이 전 국민에게 '대박의 꿈'을 선사한 이래 2006년의 '판교 로또' 청약에 이어 세 번째 '로또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 무주택자들에게 '반값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은 판교를 능가하는 가격(분양가) 경쟁력을 갖고 있어 청약자격을 얻기 위한 수요자들의 아이디어 싸움도 백태를 이루고 있다. ◆…멀쩡하게 갖고 있던 집을 팔려는 신혼부부들도 많다. 일단 결혼 5년 이내,자녀가 있으면 무주택기간이 얼마였느냐를 따지지 않고 청약일 현재 무주택 세대주이기만 하면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신혼의 박태영씨(33)도 그런 경우다. 오는 22일 보금자리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신청하기 위해 작년 어렵사리 장만한 전용면적 60㎡짜리 가양동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지만 아직 계약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다급해졌다. 박씨는 결혼한 지 3년이 채 안 됐고 태어난 지 10개월 된 자녀가 한 명 있어 신혼부부 특별공급 1순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집이 팔려야 무주택 세대주로 보금자리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22일 청약하려면 그 전에 명의이전 등기(매수자 입장에선 잔금 완납)까지 마쳐야 해 과연 청약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초조하기만 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겨냥해 혼인신고를 연기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인모씨(32)는 지난 8월 결혼했지만 혼인신고는 첫 아이를 가질 때까지 미루기로 했다. 혼인신고를 빨리 하면 그만큼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혼인 후 3년 내 1순위,5년 내 2순위)을 얻는 기간이 줄기 때문이다. 인씨는 "다행히 허니문 베이비를 가져 잘하면 내년 4월 위례신도시 청약 때 신청이 가능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아파트 분양권을 급매로 내놓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기 남양주 진접의 한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이모씨는 "민영주택이라 재당첨 금지가 내년 5월까지 유예돼 보금자리 청약에 나설 생각"이라며 "분양권을 급매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지나면 입주기간이 시작되고 등기하면 주택을 갖게 되기 때문에 그 전에 분양권을 팔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지구에 아깝게 청약자격을 얻지 못한 사람들도 추후 청약자격 획득을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다. 지난 5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발표를 기점으로 경기 하남과 고양시 전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우선공급(하남,고양은 당해지역 거주자에게 30% 우선 배정) 물량에 청약하려면 그 지역에 1년 이상 살아야 해 이번 시범지구 청약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하남시와 고양시 일대에서 추가로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미리 이사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남시의 경우 지난 5월 이후 인구가 3000명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의 인구 증가가 1000명에 못 미쳤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자녀 숫자도 고려사항 중 하나다. 6세,4세의 자녀 둘을 가진 정모씨는 "오는 12월 셋째가 태어날 예정"이라며 "두 달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번 청약에서 3자녀 이상 특별 · 우선공급을 받을 수 있는데 정말 아깝다"며 다음 번 청약기회를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고모씨는 "무주택 10년째에 85세 노모와 아내,아이 둘을 기르고 있다"며 "미사지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통장을 꺼내보니 청약예금이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당장 은행을 찾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통장을 갱신해 다음 번 보금자리주택 공급 때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에 신청해볼 참이다.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도 '보금자리 로또' 당첨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전셋값만 6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사는 '무주택 의사'들이 보금자리주택 청약에 뛰어든다는 얘기가 강남구 부동산중개업소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장규호/노경목/김문권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