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자회담 복귀 가능성 내비친 北, 진정성 있나

북한이 미국과 양자간 회담의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비록 조건부 성격이지만 대화의 장에 복귀하겠다는 것이어서 일단은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의사를 경제지원안을 가지고 방북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게 직접 전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로써 북은 지난 5월 2차 핵실험과 함께 6자회담의 틀 자체를 부정했던 것에서 태도를 확실히 바꿀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6자회담으로 복귀 가능성을 비쳤다지만 북의 입장 표명에 얼마나 진정성이 담겼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기는 어렵다. 94년 북 · 미 제네바 협상 이후 대화 국면과 도발적인 긴장형성 사이를 묘하게 왔다갔다 반복했던 것이 핵을 담보로 한 북의 전략이고 전술이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강도 높은 유엔의 제재가 실행에 들어간데다 한 · 미 양국은 물론 전통적으로 북한과 관계가 좋은 편인 중국까지도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촉구한 터였다. 북으로서는 일단 고비나 넘기자 싶은 판단에서 6자회담의 재개 문제와 관련해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도 짐작됐던 상황이었기에 북의 의도에 아직은 완전한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다. 유명환 외교장관이 어제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의사에 대해 "그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중국과 논의를 통해 북한의 진의를 더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脈絡)이라고 본다. 유 장관은 "진의는 관계국과 협의를 통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결국 향후 대화에 임하는 북의 자세에 달렸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북이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이번에야말로 진정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북 · 미 대화가 진행되더라도 궁극적으로 6자회담의 틀에서 핵문제를 풀어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 점에서 6자회담의 재개는 빠를수록 좋다. 그 시기는 북의 태도에도 달렸다. 회담의 진행 성과에 따라 체제보장이든,경제지원이든 북은 원하는 것을 더 빨리 얻게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 미 공조와 더불어 한 · 중간 공조 역시 한층 중요해졌다. 오는 10일 한 · 중 · 일 정상회담에서 북의 회담 조기 복귀를 위한 협력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