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 1호' 동양생명 혹독한 첫날

"공모가, 내재가치보다 높게 결정"
기관들도 시큰둥…손절매 쏟아져
상장 준비중인 생보사들 '긴장'
'생명보험업계 상장 1호'인 동양생명 주가가 상장 첫날 곤두박질치자 생보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여러 곳이 상장을 준비 중인 가운데 동양생명의 주가 하락 여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주가 하락은 공모가가 내재가치(EV)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생보사 1호로 기관투자가에 생소해 첫날부터 손절매 물량이 나온 데다 올 들어 생보업계의 실적이 손해보험업계에 밀리고 있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첫날부터 손절매 쏟아져

보험사의 주가는 내재가치(EV:Embedded Value)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EV는 자산가치와 계약가치를 더한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가 유입되는 특성을 감안해 보유한 순자산가치에 보험계약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할인한 값을 더해 산출한다.

증권업계에선 동양생명의 공모가가 EV에 비해 높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동양생명의 공모가는 P/EV 기준으로 1.6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장돼 있는 손보업계와 비교하면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경우 P/EV를 기준으로 주가가 1.6~1.7배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2위권인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은 0.8~1.1배 수준이다.

또 생보 업종이 생소한 데다 물량이 크지 않아 기관투자가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국내 저축은행과 해외 헤지펀드에 공모물량의 상당수가 돌아간 점도 주가 약세의 배경이 됐다. 첫날 시초가가 내리자 이들이 손절매를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실제 이날 해외 주간사인 모건스탠리 창구로 매도물량의 14%인 66만주가 쏟아졌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가 보기에는 동양생명의 물량이 적고,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공모 과정에서 기관에 배정된 물량을 상당수 헤지펀드들이 받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동양생명은 KOSPI 내 비중이 0.22%로 기관의 신규 편입 수요가 크지 않다. 최근 증시 열기가 식으면서 10월 들어 새로 상장된 주식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 밑으로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빅3는 다르다"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내년 10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인 곳은 동양생명의 주가 추이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3월 말 2009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면 6월께 상장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보업계에선 동양생명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공모가 수준 이상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양생명과 비슷한 일본 소니생명 등 해외보험사들도 EV 1.4~1.5배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또 대한,교보생명 등은 자산규모가 5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몸집이 커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모과정에서 장기투자자들 위주로 주식을 나눌 경우 주가 관리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손보업계가 실손 민영의료보험 판매 등으로 치고 나가면서 생보업계가 뒤처졌지만 설계사 수라든지 영업망 등을 봤을 때 생보업계가 더 앞선다"면서 "해외에선 생보업계의 EV 대비 주가가 더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보사들은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안정적인 자동차보험 때문에 불황기엔 강하지만 호황기에는 생명보험 가입이 느는 게 통상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