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무선 통합…"KT·SK 한판붙자"

통신 컨버전스시대 시너지 강화…네트워크 통합 매출 7조원 기대
LG그룹이 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3개 통신 계열사(3콤)의 동시 합병을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 KT-KTF 합병으로 촉발된 통신시장의 빅뱅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LG가 당초 내년 상반기쯤으로 계획했던 3사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유 · 무선 통합과 방송 · 통신 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통합을 매개로 한 사업구조 개편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SK텔레콤도 유선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와의 통합작업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돼 통신시장은 무선시장과 유선시장을 칸막이로 하는 기업별 경쟁구도에서 KT SK LG의 그룹별 경쟁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LG 3콤 합병작업 가속화

LG가 통신 3사 합병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든 것은 경쟁 진영인 KT와 SK의 유무선 통합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LG그룹 관계자는 8일 "시너지 창출 효과나 합병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한번에 3사를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LG경제연구원 고문으로 영입키로 하는 등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 3사는 이달 중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공식 의결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매출액 8조원에 육박하는 유 · 무선통신 통합회사로 새로 탄생한다. 매출규모가 19조원과 13조원대인 KT-SK 양강구도에서 나름대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합병 주체는 직원 수나 매출규모가 큰 LG텔레콤이 될 예정이며,KT나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 아래에 무선과 유선 부문별 CIC(사내독립기업) 사장을 두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3사 합병은 LG텔레콤이 신주를 발행,LG데이콤과 LG파워콤 주주들에게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합병으로 경쟁력 높여LG는 3콤의 합병이 이뤄지면 훨씬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경쟁 그룹과의 격차를 좁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및 유통망 통합,고객정보 활용 등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전 장관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전 장관은 KT 출신으로 이석채 현 KT 회장 못지않게 통신산업에 대한 이해가 밝은 데다 KT의 사업내용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것이 현 경쟁구도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SK-LG 그룹 간 대결 구도 가속화LG계열 통신 3사의 합병은 통신업계에 다시 한번 유 · 무선 통신사 간 합병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T는 지난 6월 KTF와의 합병을 통해 유 · 무선 융합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합병 후 비용감축과 통합 마케팅 등 시너지 효과가 점차 나타나면서 2분기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 증가하는 실적을 냈다.

KT에 이어 LG 통신 3사까지 합치면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 · 무선을 넘나드는 통신 융 · 복합 서비스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