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 상장1호' 동양생명 혹독한 첫날…"공모가, 내재가치보다 높게 결정"
입력
수정
기관들도 시큰둥…손절매 쏟아져'생명보험업계 상장 1호'인 동양생명 주가가 상장 첫날 곤두박질치자 생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상장을 준비 중인 가운데 동양생명 주가 하락의 여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장 준비중인 생보사들 '긴장'
주가 하락은 공모가가 내재가치(EV)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저축은행과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배정된 물량이 첫날부터 손절매로 쏟아진 데다 올 들어 생보업계의 실적이 손해보험업계에 밀리고 있는 것도 이유를 제공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첫날부터 손절매 쏟아져
보험사 주가는 내재가치(EV:Embedded Value)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EV는 자산 가치와 그에 따른 계약가치를 더한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가 유입되는 특성을 감안,보유한 순자산가치에 보험계약의 미래 가치를 현가로 할인한 값을 더해 산출한다.
증권업계에선 동양생명의 공모가가 EV에 비해 높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은 "동양생명의 공모가는 주가내재가치비율(P/EV) 1.5배 수준으로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평균 P/EV 1.57배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의 경우 P/EV를 기준으로 주가가 평균 1.5~1.8배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2위권인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등은 0.8~1.1배 수준이다. 생보업종이 생소한 데다 동양생명의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국내 저축은행과 해외 헤지펀드에 공모물량의 상당수가 돌아간 점도 주가 약세의 배경이 됐다. 첫날 시초가가 내리자 이들이 손절매를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해외 주간사인 모건스탠리 창구로 매도물량의 16%인 73만주가 쏟아졌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가 보기엔 동양생명의 비중이 적고 인지도가 낮아 공모 과정에서 기관에 배정된 물량의 상당수를 헤지펀드들이 받아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양생명은 코스피 비중이 0.22%로 기관의 신규 편입 수요가 많지 않다. 최근 증시 열기가 식으면서 10월 들어 새로 상장된 주식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 밑으로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도 영향을 줬다.
◆"빅3는 다르다"생보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내년 10월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인 곳은 동양생명의 주가 추이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3월 말 2009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면 6월께 상장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보업계에선 동양생명 주가가 향후 제자리를 잡아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양생명과 비슷한 규모의 일본 소니생명 등 해외 생명보험사들도 EV 1.4~1.6배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또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은 자산규모가 50조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몸집이 커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모과정에서 장기투자자들 위주로 주식을 나눌 경우 주가 관리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손보업계가 실손 민영의료보험 판매 등으로 치고 나가면서 생보업계가 뒤처졌지만 설계사 수라든지 영업망 등을 봤을 때 생보업계가 더 앞선다"며 "해외에선 생보업계의 EV 대비 주가가 더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보사들은 경기 변동과 관계없는 자동차보험 덕분에 불황 땐 안정적이지만 호황기에는 생명보험 가입이 더 빨리 느는 게 통상적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