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봐 오바마, 빈라덴 잡는데 쏟는 돈 2%만 빈국에 지원하게…

커먼 웰스|제프리 삭스 지음|이무열 옮김|21세기북스 480쪽|2만5000원
'사막화를 막기 위해 저소득 국가들에 물관리 자금을 지원하는 데에는 350억달러 정도 든다. 이는 선진국들의 국민총생산(35조달러)의 0.1%에 불과한 금액이다. 세계 인구 안정에 필요한 비용도 선진국 국민총생산의 0.1%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생물 보호구역을 운영할 기금 또한 그만큼만 있으면 된다. '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은 신작 《커먼 웰스》에서 '붐비는 지구'를 살릴 인류 공동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경제자문 특별고문인 그는 지구촌의 빈곤과 질병을 줄이기 위한 유엔의 '천년개발목표'에 주력하며 최빈국 원조에 인색한 선진국들을 비판해 온 경제학자.제목의 '커먼 웰스(common wealth)'는 '공동의 부'란 뜻으로 그가 창안한 용어다. 전작 《빈곤의 종말》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인류가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결론은 '인류생존의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조화를 이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 기금은 선진국 소득의 0.2%,최빈국들이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오도록 지원하는 '천년개발목표'에는 0.7%만 필요하다. 즉 선진국 소득의 2.4%로 물 · 인구 · 빈곤 문제 등 전 세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이 액수는 또한 미국 군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

그는 1820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영국의 1인당 평균소득이 가장 가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3배 정도였지만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의 1인당 평균소득은 이 지역보다 20배나 높다면서 180여년 만에 빈부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일손과 노후보장을 위해 아이를 더 많이 낳을 수밖에 없으므로 인구증가율이 부국보다 높다. 그러나 부국에 비해 인구증가분을 감당할 여력은 없다.

인구가 늘면 식량이 부족해지고 농지를 늘리려고 나무를 베다 보면 환경 파괴와 물 부족으로 사막화가 더 심해진다. 질병은 창궐하고 실업률도 높아지며 사회 폭력까지 늘어난다. 빈국의 빈곤층은 부국으로 흘러들어 극빈층을 형성한다.

이런 식으로 내버려두면 세계는 빈곤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시장의 힘을 벗어난 공공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빈국보다 부국이 먼저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제 원조다. 그런데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시급한 사안을 구별하지 못한 채 빈국 원조보다 테러와의 전쟁에 국가 재정을 쏟아붓는다고 그는 비판한다. 특히 인류의 극단적 빈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선진국 국민총생산의 2.4%'는 '지금의 소득 수준에 비해 별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고,우리가 얻을 수 있는 행복의 막대한 크기에 비하면 정말로 얼마 되지 않는 액수'라는 사실을 거듭 일깨운다.

'우리는 대외정책을 우리 눈에 보이는 대로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도 함께 생각하며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 그것이 지구상에서 우리의 공동 운명과 공동의 부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열쇠다. '

그는 개인의 노력 또한 절실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한 나라의 국민이면서 한 지역의 주민이고,한 회사의 일꾼이며,여러 문화집단의 성원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총합'이 지구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행동지침은 8가지다. '우리 세대의 과제를 학습하라.세계 각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여행하라.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만들거나 단체에 가입하라.당신의 지역사회가 전 지구적 지속가능 발전 운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다른 이들도 운동에 가담하도록 이끌어라.인터넷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무하라.정치인들에게 정부의 약속을 존중하라고 요구하라.모든 회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을 준수하도록 도우라.개인적으로 밀레니엄 약속들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라.'

부문별 통계수치와 그래프까지 동원하면서 '우리에겐 아직 지구를 구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외치는 그의 《커먼 웰스》는 단순한 묵시록적 경고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갖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