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포이즌필 도입' 찬성으로 선회

그동안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인 '포이즌 필' 도입에 반대해 오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공정위는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안정이 필요하므로 차등의결권 등 다른 방어수단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포이즌 필) 도입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러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은 경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조치로 비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포이즌 필 도입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경우 부처협의 과정 등을 통해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수 · 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이 현재도 충분하고 그동안 적대적 M&A 사례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어수단이 부족하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반대하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다. 백용호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10월 한 강연에서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시장 발전을 위해 진입과 퇴출의 장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도입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포이즌 필(poison pill · 독약처방)=기업이 적대적 인수 · 합병(M&A)에 직면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M&A 시도자의 지분 확보를 어렵게 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외부 세력의 공격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기업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