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매파-비둘기파 '금리인상'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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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닥치기 전에 올려라"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가 출구전략 이행 시기를 둘러싸고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 "인플레가 닥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리자"는 강경 매파와 "실업률이 상승하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는 온건 비둘기파가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실업률 치솟는데 무슨 소리"
매파 진영은 케빈 워시 FRB 이사,토머스 휘니그 캔자스시티 FRB 총재,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FRB 총재,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FRB 총재 등이 대표 선수다. 워시 이사는 최근 "FRB가 주가 반등과 호전되는 다른 금융지표들에서 통화긴축 신호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한 경기확장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번 위기가 왔을 때 대폭 금리를 인하했듯 기어를 바꿀 때도 신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휘니그 총재도 "통화완화 정책을 늦게 거둬들이는 것보다 일찍이 거둬들이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반면 윌리엄 더들리 뉴욕 FRB 총재와 대니얼 탈루로 FRB 이사는 경제가 아직 취약하고,실업률이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만간 10%를 넘어설 것이니 서둘러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맞섰다. 더들리 총재는 이번 경기 반등이 곧 인플레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약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남성 근로자들의 실업률은 2차대전 이래 최고치인 10.3%에 달하는 데다 소비자들은 저축에 집중,소비가 단기간에 되살아날 전망이 높지 않다고 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은 제2의 충격파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FRB로선 매파와 비둘기파의 대립각이 커질수록 고민이다. FRB는 대공황 시절인 1937년 금리를 너무 일찍 올려 공황 상태가 수년 더 지속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동시에 2001년 경기침체로 금리를 내렸다가 너무 오래 저금리 상태를 지속시켜 이번 위기의 원인인 주택 시장 거품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8일 "경제가 충분히 호전됐을 때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맞추고,FRB의 자산 장부를 위기 이전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비둘기파이나 적정한 시점에 매파로 돌변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