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오른쪽으로 걷자"…車와 마주보고 걸으면 교통사고 줄어

88년만의 우측보행 전환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철도역 공항 지하철역 등에서 보행자 통행방향을 기존 좌측에서 우측통행으로 바꿨다. 1921년 일제시대에 도입된 좌측 통행이 88년 만에 반대가 된 것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병원 · 백화점 등 민간건물의 에스컬레이터,보행안내표지 등도 우측보행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일부 할인점이나 백화점은 우측통행 시 고객의 동선이 바뀔지 여부에 대한 영향분석에 나선 상태다. 정부는 우측통행을 법으로 규정하면서 전격 시행한 것은 '일제잔재 청산'이란 감정적 이유보다 과학적인 분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우측보행 시 교통사고를 20% 줄일 수 있고 국민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대한제국 우측,일제 · 미군정 좌측통행

좌측,우측 통행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1905년 12월30일 대한제국 경무청은 보행자와 차마(마차)의 '우측통행'을 원칙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조선을 강점한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1921년 4월1일 조선총독부령 제142호 도로취체규칙 제7조를 통해 사람과 차량의 통행방향을 좌측으로 변경했다. 차량이 좌측통행하는 일본식 체계를 적용한 것이다. 좌측통행은 해방 전까지 20여년 이상 당연시됐다. 광복직후인 1946년 3월29일 미군정청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미국식 우측 차량통행에 맞추기 위해 일본식을 바꾼 것.하지만 보행자는 여전히 좌측통행을 계속했다. 1961년 12월31일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져 보 · 차 비분리도로에서 보행자 좌측통행이 원칙으로 명시됐다. 이후 경찰청에서 권고사항으로 '횡단보도에서 우측통행'하도록 유도(1994년 3월1일)되었지만 권고사항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침내 2007년 7월 국민제안에 대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련부처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됐다. 이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보행문화개선 기초연구 및 시행방안 연구를 내놨고 올초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12차 · 제13차 전체회의에서 논의 및 실천계획이 발표됐다. 이 과정에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의 '20년 집념'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는 1988년 옛 재무부 보험국장 시절부터 교통사고 절감을 위해서는 보행방법 개편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오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수술'에 나섰다.

◆"우측통행,사고 막고 건강도 지킨다"지난 1일에는 476개 철도역(100%) · 15개 공항(100%) · 627개 지하철역(93.6%)의 모든 보행 관련시설을 우측보행에 적합하게 개선했다. 주관부처인 국토부는 우측통행이 단순한 역사적인 의미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공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측통행으로 차량과 마주보며 걸을 수 있어 교통사고의 약 20%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연간 사망자 약 70명,부상자 1700명,인적피해비용 711억원,심리적 피해비용 734억원 감소)된다.

또 생체반응 특성실험(눈동자 추적,신부하 등) 결과 눈동자 움직임 15%,정신부하 13%,심장박동수 18% 등이 각각 줄었다. 여기에 시뮬레이션 효과분석 결과 보행속도는 1.2~1.7배 증가하고 보행자 간 충돌 횟수는 7~24% 감소했다. 보행밀도 또한 19~58%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측통행은 도로여건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차량을 마주보고 걷는 방식'(대면 통행)을 원칙으로 보도와 차도가 나눠져 있지 않은 도로에서는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한다. 또 △보도와 차도가 분리된 도로의 인도에서는 차도에 가까운 보행자가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할 수 있도록 우측통행하고 △횡단보도는 진입하는 차량과 원거리 확보를 위해 우측통행 등으로 보행 방식이 바뀐다.

국토부 교통안전복지과 관계자는 "우측통행 실시로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고 사고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