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미래를 연다] 석유화학 : 고장없는 설비운영ㆍ다양한 제품군으로 실적 高高
입력
수정
한국기업 왜 강한가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올 들어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시행과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당초 석유 · 화학 · 섬유산업은 세계 경기 침체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3분기까지 각 업체마다 사상 최고에 육박하는 실적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우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설비 운영 노하우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공장 운영 능력은 이미 세계 톱 클래스 수준이다. 잦은 설비 고장으로 공장 가동이 멈추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경기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셧 다운'하는 일이 거의 드물다. 삼성토탈의 경우 전 세계 공장을 대상으로 한 해외 조사기관의 평가시 항상 1~2위를 다투고 있다. 중동의 물량 공세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규모의 경제 실현 차원에서 볼륨을 키워온 것도 빛을 발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훨씬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LG화학은 자회사였던 LG석유화학과 LG대산유화를 통합했고 호남석유화학도 롯데대산유화와 KP케미칼을 잇따라 흡수,합병했다. 한화와 대림이 합작 설립한 여천NCC도 에틸렌 기준 세계 16위 수준에 이른다. 원가 경쟁을 위한 기업 간 협력도 활발하다. 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울산 및 대산단지 등에서 석유화학업체 간 폐열과 부산물 교환을 통해 얻는 원가절감 비용은 연간 2000억원이다.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것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 기업들의 설비 신 · 증설에 따른 물량 공세에 대비,경쟁 업체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는 한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형 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차별화한 기술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삼성토탈이 폴리에틸렌(PE)을 소재로 가공,생산하는 병뚜껑용 플라스틱 제품은 13억 중국 시장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중국 생수 병뚜껑 시장의 50% 이상이 삼성토탈에서 생산한 제품을 쓰고 있다. 3g짜리 플라스틱 병뚜껑 제조기술은 산업 전반에서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분야다. LG화학은 자동차나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중간 소재 ABS의 생산 · 판매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효성은 자동차 타이어 보강재로 쓰이는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3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부동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세계 5위 생산 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연간 6900만t(2007년)-세계시장 점유율:1.9%(1990년)→5.5%(2007년)
◆국내 제조업 중 4위 규모
-생산액:47조원-제조업 비중:2.8%(1990년)→4.7%(2007년)
◆국내 8위 수출품목(2008년 기준)
-수출:450억달러(총 수출의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