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칠족령 생태관광, 청정…운치… 동강 물길따라 가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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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하고도 오지 축에 드는 정선 땅 아우라지에 뗏사공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는 이른 봄이었다. 우수,경칩 지나 눈 녹은 물이 풀리고 나서야 갯떼기(첫떼)를 띄우기에 충분한 수위로 강물이 붇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상류 물길을 따라 아우라지 강변에 흘러들어온 아름드리 소나무며 전나무는 크기에 따라 뗏목으로 엮였다. 뗏목의 기본 단위는 20~30개의 통나무 '한 동가리'(棟).맨 앞쪽의 '앞 동가리'에 네 개의 동가리를 이어 붙여 '한바닥'의 뗏목이 되었다.
Take1떼돈 벌러 가던 물길보통 앞 뒤 한 명씩 두 명이 타는 뗏사공은 작별 인사도 받지 않았다. 원행에 앞서 강물에 치성을 드리는 것 외의 작별인사는 금기사항이었다. 작별인사는 곧 닥쳐올 영원한 이별의 조짐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아우라지에서 가수리까지의 조양강도 조양강이려니와 가수리 너머 영월 덕포리,서강과 합수되는 곳까지 이어지는 동강 물줄기가 그만큼 험했다. 물길은 휘돌아 감기며 급격히 꺾이는 지점이 허다했다.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낭떠러지의 사투리)의 기세는 무시무시하고 그 아래 깊게 팬 물속은 서슬이 시퍼랬다. 작은 경사를 이룬 여울과 보이지 않는 암초는 단단히 엮은 뗏목을 산산이 부서뜨렸다. 무심한 강물은 숱한 뗏사공을 집어삼켰다.
'우리 서방님은 떼를 타고 가셨는데/황새여울 된꼬까리 무사히 지나 가셨나/황새여울 된꼬까리 다 지났으니/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
민요 '정선 아라리'도 뗏사공들이 황새여울이나 된꼬까리처럼 위험한 여울을 무사히 지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간절했다. "한양 광나루에서 뗏목을 넘겨주면 고을 원님이 1년 받을 돈만큼 손에 쥔다고 해 '떼돈 번다'는 말이 생긴 것"(박미숙 문화관광해설사)이란 설명도 뗏사공 일의 위험성을 확인해준다. 요즘으로 치면 '위험수당'이 그만큼 많이 붙는 극한직업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뗏사공들은 끊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시작한 1867년부터 함백선 철도가 놓인 1957년까지 동강 물줄기의 강나루에는 숱한 객주집이 번성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흥청망청 써버릴지언정 떼돈의 매력은 세월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은가?Take2동강 최고의 물굽이 풍경
뗏사공의 애환이 깃든 동강 물굽이의 역할이 확실히 달라졌다. 목재를 실어나르는 물길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생태관광 명소로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백운산 칠족령이 뗏사공의 애환과 함께 동강 물굽이 풍경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칠족령은 평창 미탄면 마하리(어름치마을)의 문희마을에서 올라간다. 동강 래프팅이 시작되는 진탄나루에서 오른쪽으로 동강을 보며 4㎞ 정도 들어가면 문희마을이다. 중간에 절매나루터가 있다. 급하게 달려온 동강물이 잔잔해지는 게 편안해 보인다. 박미숙 해설사는 "뗏사공들이 황새여울을 지나기에 앞서 뗏목을 세우고 하룻밤 쉬던 나루로 20~30년 전만 해도 주막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문희마을 뒤편으로 칠족령 트레킹 길이 나 있다. 전망대까지 1.7㎞.초반 3분의1이 가파르다. 그 이후는 누워서 떡 먹기.평지길을 걷는 것처럼 수월하다. 딱 절반쯤에 성터가 있다. 어른 키 높이의 돌탑이 길 양쪽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어딘가의 절벽 중간에 백룡동굴이 있다. 백운산의 '백'자와 동굴을 발견한 정무룡 형제의 돌림자인 '룡'자를 따 이름 붙인 종유동이다. 천연기념물 206호로 지정돼 있는데 내년에 일반에 개방된다고 한다.
올라온 거리만큼 더 가면 칠족령 전망대다. 왼쪽으로 들어온 물이 뼝대에 부딪혀 휘어돌아가고,다시 반대편 뼝대에 막혀 꺾이는 풍경에 입이 딱 벌어진다. 왼쪽 아래 제장마을과 정면의 소사마을,그 너머 연포마을까지 물가에 자리한 마을 풍경이 그림 같다. 영화 '선생 김봉두'를 촬영한 연포마을께의 물굽이는 배드민턴의 이용대ㆍ이효정 선수의 절묘한 헤어핀 기술을 연상케 한다.
전망대에서 1㎞쯤 내려가면 제장마을.문희마을에서 올라오는 길보다 훨씬 가파르다. 옻칠을 하던 한 선비 집의 개가 발에 옻칠갑을 하고 도망갔는데 그 자국을 따라가보니 전망대에서 본 동강 물굽이 풍경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옻 칠(漆)자와 발 족(足)자를 써 칠족령이란 이름이 붙은 사연이다. 한여름이라면 문희마을에서 칠족령을 넘어 제장마을에 간 뒤 진탄나루까지 래프팅을 즐기며 돌아오는 게 딱 좋겠다.평창=글ㆍ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여행 TIP
서울에서 영동고속국도~새말나들목~안흥,평창 방면 42번 국도~안흥~방림~평창~미탄면 소재지 지나 4㎞쯤 가다 오른쪽 이정표~동강 진탄나루 문희마을.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를 타고 미탄에서 내린다.
기화천의 깨끗한 물로 양식해 육질이 단단한 송어 요리가 별미.기화리 일대에 기화양어장(033-332-6277) 등 양어장과 횟집을 겸한 업소들이 있다. 송어회 1㎏에 3만원.비행기재 너머 정선 광하리에 있는 동트는농가(033-563-3340)의 시골밥상은 건강식.쥐눈이콩으로 담근 된장찌개(7000원),청국장(6000원),두부찌개(7000원)에 고향의 맛이 담겨 있다. 쥐눈이콩 된장 2㎏에 2만4000원.
문희마을의 콘도식 황토민박집인 백운산장(033-334-9891,www.munhi.net)이 가족단위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어름치마을 사무국장인 박미숙씨가 운영한다. 4인 가족 기준 성수기 10만원이며 요즘 같은 비수기에는 5만~6만원.평창군청 관광경제과 (033)330-2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