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내 선진국 진입, 최대 걸림돌은 정치ㆍ노조"

국민의 64%가 앞으로 10년 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여기서 선진국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9106달러였고, 선진국들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데 평균 1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들이 선진국 진입 가능성을 밝게 보고 있고, 그 기대 또한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이런 희망과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 선진국 진입을 앞당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선진국의 기준은 물론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선진국이 되기 위한 1인당 국민소득을 3만~4만달러로 본 응답이 41.8%로 가장 많았고, 2만~3만달러는 30.2%, 그리고 4만달러 이상이란 응답은 15% 정도였다. 이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3만달러를 선진국으로 가는 분기점(分岐點)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서 2만달러대로 올라서려고 노력 중인 우리로서는 3만달러 국민소득 달성이 결코 쉬운 과제일 수 없다. 실제로 국민소득 3만~4만달러는 독일 등 8개국, 4만달러가 넘는 국가들은 미국 등 11개국에 불과하다. 일찍 선진화를 이룬 국가들이거나 인구수가 적은 강소국들이 대부분이다.

이들과 같은 반열(班列)에 올라서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국민들의 눈은 정확했다. 기술개발, 시스템 혁신 등 생산성 향상(31.3%), 노사관계 선진화, 법질서 확립 등 정치 · 사회적 성숙(30.6%)을 양대 과제로 꼽았다. 한마디로 경제 · 사회 전반에 걸쳐 질적인 변화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들은 선진국 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국회와 정치권(35.6%), 노조(22.8%) 등을 꼽았다. 정쟁과 폭력의 정치, 불법 · 과격 파업과 시위를 지적한 말이다. 뒤집어 해석하면 이것들만 달라져도 선진국 진입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각종 국가경쟁력 평가기관들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한다. 국민들의 인식을 제대로 알았다면 당사자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변화를 서둘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