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상담할 곳 없는 보금자리 청약

"집 없는 서민을 위한다는 보금자리주택 청약접수 창구가 서울에서 단 한 곳,그것도 강남 한복판에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3자녀 특별공급 첫날인 지난 12일 오전,서울 논현동 LH공사 서울지역본부에 들른 정모씨는 취재 나온 기자에게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멀리 수유동에서 찾아왔건만 청약접수와 상담을 기다리는 수백m의 줄이 좀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정씨는 "15일부터 진행되는 노부모 부양 우선공급의 청약자격이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러 방문했는데 이렇게 복잡할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에게 인터넷이나 LH공사 콜센터 등에 문의하면 웬만한 건 알 수 있는데 왜 힘들게 직접 발걸음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씨는 "처음으로 내집장만하려는데 알아볼 게 한두 가지냐"며 기자를 되레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했다. 일반공급 이전에 특별공급을 두 번 중복해서 청약할 수 있는지,보금자리주택 홈페이지에 있는 설계도면 말고 다른 정보가 있는지 궁금한 게 부지기수라는 얘기였다.

입주자 모집공고를 꼼꼼히 봐도 헛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험모집인이라는 오모씨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 보험모집인은 제외된다고 모집공고에 나와 있어 정말 그런 건지 물어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전화상담을 해봤는데 시원하게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심지어 청약부금과 청약예금 가입자는 보금자리주택 청약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보금자리주택 청약 현장접수 창구(LH공사 서울지역본부,수원시 조원동 보금자리주택홍보관)엔 신청자뿐 아니라 자신이 청약자격을 갖췄는지를 묻는 상담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지난 12일 707세대분의 3자녀 특별공급에 접수한 사람만 2602명,상담자까지 합하면 5000명을 넘어선 인파가 이들 두 곳을 찾았다. 지난 13일엔 접수자만 4195명에 달했다. 예상 밖 청약인파에 놀란 국토부와 LH공사는 부랴부랴 대면 상담코너를 늘리는 대책을 14일 내놓았다. 공급물량이 3332채나 되는 생애최초 ·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대비해 서울 서초구청과 경기 하남시청 등 8곳에 오는 19~23일 대면상담실을 개설한다고 밝혔다. 진작에 마련했어야 하는 대책이 10여일 뒤늦게 나온 것을 두고 청약대기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