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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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담당 이도근 형사가 말하는 당시 상황"범행 당일엔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 조두순이 피해자를 유인해 데려간 화장실은 술에 취해 즉흥적으로 갈 수 없을 만큼 후미진 곳이었다.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한다. "
8세 여아를 잔인하게 성폭행해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을 검거한 뒤 검찰이 적용한 '형법상 강간치상(상해)'보다 형량이 무거운 '성폭력범죄처벌법상 13세 미만 아동강간상해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던 이도근 형사(37 ·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1심 재판부가 형량 감경 사유로 들었던 '술로 인한 심신미약' 가능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 형사는 "범행 전날 점심 때부터 밤 11~12시까지 소주와 양주 등을 마시긴 했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어느 정도 술이 깼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조두순의 계획적 범행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형사가 형법보다 성폭력법을 적용한 것은 조두순의 뻔뻔한 태도에 격분한 동료들이 이 형사와 함께 법조문을 뒤지면서 찾아낸 성과였다. 이 형사는 "당시 조두순이 잔인하게 성폭행했음에도 뉘우치는 기미가 전혀 없어 꼭 무기징역을 받도록 해야겠다고 형사들이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 형사는 결국 관련 법 조항을 찾아냈고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는 13세 미만 아동강간죄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형사는 "사흘 밤을 새워가며 수사했지만 누구도 피곤하다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고,하루빨리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수사했다"고 했다.
이후 이 사건을 잠시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 형사는 조두순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이 형사는 조두순이 무기징역이 아니라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경위에 대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로서는 '성폭력법' 적용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법원도 가해자의 나이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이 아니라 징역 12년을 선고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이 형사는 범인을 검거하고 나서 더 화가 났다고 했다. 조두순의 태도가 너무 뻔뻔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처참한 사건이었다. " 강력반 형사 6년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에게도 조두순 사건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사건으로 남게 됐다. 범행 현장에서 조두순의 지문 31점이 발견되고 조씨의 부인도 사건 당시 남편이 집에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증거가 충분했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형사들까지 협박한 조두순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형사는 조두순을 직접 검거 · 조사했지만 정작 지금까지 피해자인 ○○이를 만난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게 혹시나 당시 사건을 떠올려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안산=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