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 휘말린 여자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김지현씨 장편소설 '춤추는 목욕탕' 출간
한 남자가 갑작스럽게 죽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그의 어머니,그의 장모 세 여자가 남았다. 삶의 비극에 휘말려 상실의 아픔을 맛본 여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소설가 김지현씨(34)의 첫 장편소설 《춤추는 목욕탕》(민음사)은 팔자가 신산하기 짝이 없는 세 여자의 이야기다. 안개가 자욱하던 날 일어난 교통사고로 3개월 동안 의식불명이었던 미령은 눈을 뜨자마자 사고 당시 동승했던 남편 현욱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령의 시어머니인 목욕탕 때밀이 경력 30년의 복남은 그 사이에 죽은 아들 보험금을 슬며시 챙겨 아파트 분양권을 장만한 다음,시치미를 떼고 며느리에게 얼마 안되는 돈과 때밀이 일일 교환권을 내밀며 적당히 인연을 끊자는 식으로 나온다. 미령의 친정 어머니 호순은 사과가 미령을 살렸다는 식의 허황된 소리를 늘어놓는다. 미령의 어머니와 시어머니의 행동은 좀 괴이해 보이지만,그들의 과거사를 보면 고통에 있어서는 미령의 선배격이다. 호순은 홀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남편과 사별한 후 요양원에서 여생을 보내던 중이었다. 복남은 과부와 눈이 맞아버린 원수같은 남편을 두었던 데다 아들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활로를 찾아간다. 미령은 죽은 남편의 일터였던 복사실에서 찾아낸 정체불명의 이구아나를 애지중지하며 추억에서 위로를 얻는다. 복남은 때밀이답게 무엇이든 벗겨질 때까지 닦아내며 삶을 견딘다. 호순은 되도않는 거짓말로 삶에 충만함을 보충한다. 각자 슬픔과 고통을 견디는 요령을 터득한 세 여자는 과거를 넘어서며 '몸이 한 뼘 자라는' 경험을 한다.

소설은 심각한 상황을 다루면서도 꽤나 유쾌한 구석이 여럿 있다. 복남이 남편과 헤어진 후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던 현장을 목격한 현욱이 "자전거 페달 돌리는 것 같았어요,엄마"라고 한마디 하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