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잡기 나선 초고속인터넷…여성기술자가 방문해 가계부 프로그램 깔아주며 AS

간단한 사용법 알려주고
불필요한 프로그램 정리…
디지털 라이프 서비스 경쟁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씨(35)는 컴퓨터 초보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 숙제를 돕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파워포인트로 정리할 때마다 진땀을 흘린다. 디카로 찍은 사진을 멋지게 꾸미려고 포토샵에 도전했다가 사용법이 복잡해 포기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메시지가 자주 뜨는데 무작정 클릭했다가 바이러스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찜찜하기만 하다. 김씨는 최근 통신회사의 프리미엄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해 이런 걱정을 싹 해결했다. 여성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집으로 찾아와 소프트웨어 활용법을 알려주고 PC에 설치된 불필요한 프로그램도 말끔히 정리해줬다. 아이들 공부에 유용한 사이트를 추천해 주고 가계부 프로그램도 깔아줬다. 인터넷이 안 될 때는 전화만 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와 해결해 준다.


KT,SK브로드밴드,LG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업체들이 '여심(女心)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여성 고객을 위해 여성기사 방문서비스,24시간 애프터서비스(AS)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상품까지 나왔다. 직장 여성이나 가정에서 경제권을 쥔 주부들이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공략한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속도와 품질 위주였던 초고속인터넷 경쟁이 고객의 디지털 라이프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KT는 여성 IT엔지니어가 가정을 방문해 초고속인터넷 개통과 유지보수를 해주는 '쿡 미즈'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6년 30명 남짓으로 출발한 여성 전문인력 쿡 미즈는 현재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KT는 여성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하고 있다. 개통 · AS 기사가 고객 가정을 방문할 때는 청결을 위해 덧신을 신도록 하고 방문 전엔 휴대폰으로 도착시간과 서비스 기사의 사진을 미리 보내준다.

SK브로드밴드도 초고속인터넷,인터넷TV(IPTV),전화 등 통신상품의 설치 및 AS를 위해 행복기사가 가정을 방문할 때 여성상담원인 '행복코디'가 동행하는 '프리미엄 케어'서비스를 운영한다. 행복코디는 상품 및 요금제에 대한 직접 상담뿐 아니라 PC 클리닉과 AS 등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고객은 가정을 방문하는 행복기사와 행복코디의 얼굴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LG파워콤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프리미안'을 내놓았다. 여성 고객 대상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맞춤형 상품으로 만든 것.프리미안은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지 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생활과 관련한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디지털 도우미'인 셈이다. PC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 대신 AS를 맡겨주고 AS기간 동안 노트북을 무료로 빌려준다. 자녀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 안내는 물론 가족 신문과 현장 학습 보고서 제작 등도 도와준다. 엑셀,파워포인트,포토샵 등 소프트웨어 활용법과 디지털 카메라,프린터,캠코더,MP3플레이어 등 디지털기기 사용법도 알려준다. 프리미안 서비스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제공되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월 이용요금은 일반 초고속인터넷보다 비싼 3만6000원이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그동안 회선만 설치해 주고 속도와 품질에 집중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업체별로 속도 등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 쪽으로 경쟁의 관심이 바뀌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여성 IT 전문가를 가정에 보내 인터넷전화 IPTV 등 결합상품을 쉽게 홍보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며 "결합상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통신비 절감에 관심이 많은 주부 등 여성고객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