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5주년 '韓流 이젠 경제다'] (5·끝)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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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가장 융성한 시기…경제한류로 '코리아 國格 높여야"
대담=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
요즘 베트남은 한국에 푹 빠져있다. 지난 18일부터 하노이의 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 '한국-베트남 주간'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표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첫 프로그램인 '한-베 우정 페스티벌'에 출연한 소녀시대는 하노이 공항에서부터 수백명의 환영 인파에 시달렸다.
이번 행사는 20일 출장길에 오른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베트남 한류 열풍을 확산시키기 위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마련한 이벤트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은 일찌감치 그곳으로 날아가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어 위원장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고려대 총장을 맡아 참신한 아이디어와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고려대의 이미지를 '전통'에서 '혁신'으로 바꿔놓았다. 요즘은 '대한민국 브랜드 높이기'에 전념하고 있다.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지난 12일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어 위원장을 만났다. 대담은 21일 오후 9시 한경TV에서 방영된다. ▼얼마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오셨는데 한국 대표단에 대한 대접이 예전과 달라졌다면서요.
"마침 지난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있었던 G20(주요 20개국 ) 회담 직후였기 때문에 한국의 국격(國格) 상승을 여실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이희수 국제통화기금(IMF) 이사,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 차관보까지 15분 간격으로 외국 정부 대표들을 만나야 할 정도로 면담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윤 장관을 15분가량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50분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제가 연사로 참석한 그린개발 세미나에서도 한국녹색성장에 관련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도 내년 G20회의를 한국에 유치한 것을 계기로 국격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브랜드위원장으로서 이 시점에서 국가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한국 문화 전파와 같은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것을 도외시 했습니다. 사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런 소프트 파워가 국가의 브랜드 파워로 이어지죠.이로 인해 생겨나는 국격은 다시 우리 제품이 국제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느냐와 직결됩니다. 코트라(KOTRA)가 지난 1월 조사한 내용을 보면 국제 사회에서 한국산 제품이 국가브랜드 저평가로 인해 비슷한 선진국 제품보다 약 30%가량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와있더군요. "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진출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인데 국가브랜드를 한차원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한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삼성과 LG 등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생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이가 절반 이상이었고 한국 기업으로 알고 있는 비중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삼성,LG를 소니보다 더 좋은 일본 기업으로 알고 제품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점은 국가와 기업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서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국격이 떨어지는 이유를 다양한 면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 역사상 지금이 가장 융성한 시기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원조를 받아오던 우리가 거꾸로 후진국들을 원조해 주고 있죠.게다가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원합니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지에서는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은 나라들은 경제 · 문화적 차이가 너무 커 오히려 한국의 발전모델을 달성 가능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경제원조도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09%(2008년)에 불과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3%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아시아 각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포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시골에 가면 부부 열 쌍 중 네 쌍의 부인이 베트남 조선족 필리핀 등 다른 나라 출신입니다. 급여가 낮고 힘든 업종에 외국인들이 많이 종사하는데 우리는 이들에게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외국인에게 애정을 갖고 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격을 갖출 수 있습니다. "
▼국가브랜드 순위를 2013년까지 세계 33위에서 15위권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상품처럼 하루 아침에 업그레이드 시키기가 쉽지 않을텐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까.
"'15'라는 숫자는 목표가 있어야 노력을 하기 때문에 말한 것이지 순위 자체를 신경쓰지는 않습니다. 국격의 실체를 높이면 이미지도 따라서 올라가는 거죠.위원회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과제를 선별해 보니 50가지 이상 나왔습니다. 이 중 10대 과제를 선정해 각 부처에서 추진토록 했습니다. 공적개발원조와 같은 자금지원도 있지만 자원봉사 활동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파견하는 자원봉사자 규모로만 따지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입니다. 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행정안전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봉사 프로그램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아래 모아 통일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도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해외 문화원 등에서 한국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 학원'의 설립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 '공자 학당'을 세우고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죠."▼아시아 국가들에서 한국의 경제발전모델을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합니다. 이들 국가들과의 경제한류 사업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올해 베트남에서 대대적으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내년에는 캄보디아,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네팔에서 경제개발경험 공유 프로그램(KSP) 사업을 벌입니다. 내후년에는 8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 수를 늘려가다 보면 4~5년 후 후진국에서 한국을 '친구의 나라'로 볼 것입니다.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들도 이런 일을 하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개발도상국에서 막 벗어나고 있는 한국이 수요자의 입장에서 더 잘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베트남 등에 경제한류가 전파되면 우리경제와 기업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그런 의미보다는 순수하게 남한테 베푼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신뢰가 생기면 우리기업의 진출도 점차 수월해질 것입니다. "
▼중국이 제3세계에 대한 대규모 원조를 통해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요.
"원조도 경쟁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에 막대한 원조를 하고 자원외교를 펼치는 것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예컨대 중국 대학 캠퍼스에 가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엄청나게 와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30년 전부터 이뤄진 일이죠.우리 에너지 자원은 85%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원자재 확보가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
▼정부는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2012년까지 세 배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규모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인 원조가 관건인데요.
"원조도 경쟁력 있게 바뀌어야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뿐 아니라 마음과 경험을 담아 도와줘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20대는 두 명 중 한 명이 100세까지 살 것입다. 직장을 은퇴하고도 '이모작' 혹은 '삼모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죠.기업전문가,의사 등이 그들의 기술을 해외에 전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한국 브랜드를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나요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문점을 곧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외국 사람들이 한국하면 '핵''남북 대치상황' 등 안좋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죠.역효과가 나는 겁니다. 오히려 판문점 대신 울산의 조선소와 포항의 제철소 등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합니다. 한국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도록 노력 중입니다. "
▼지난 1월 국가브랜드위원장에 취임한 뒤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것은 정부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무죠.지금까지 성과라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조금씩 외국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국가브랜드 고양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진심을 가지고 외국을 이해하고 도우려 한다면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좋아져 결국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정리=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