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혁신제품은 신흥시장서 만든다…GE의 '거꾸로 혁신'

세계경제의 중심이 신흥국가들로 옮겨 가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북미,유럽에서 사용하던 '고리타분한' 글로벌 전략을 신흥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선진국의 앞선 기술로 상품을 개발하고 선진국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맞춰 현지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이런 전략은 보통 신흥국가의 고소득 시장을 그 타깃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완전히 뒤집어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에도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간 기업이 있다. 바로 100년이 넘은 초우량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했다. 그것은 신흥국가 내에서 중 · 저가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과 신흥국가 토종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오히려 선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GE는 글로벌 전략의 중심 축을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옮겼다. 제품 개발부터 판매,마케팅 전략 등을 개도국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권한을 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진국에서 결코 탄생할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개발됐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에서 개발된 휴대용 심전도 기계다. 60%의 인도인들이 병원이 없는 도시 외곽에 산다는 점에 착안한 것.전기도 안 들어오는 데다 소득 수준도 낮은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한 심전도 기계는 휴대가 가능하고 저렴해 인기를 모았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고가 나서 환자가 그 자리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나 또 병원 수술실에 동시에 여러 개 심전도 기계가 필요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조직구조 개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30년간 GE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처럼 본사가 중요한 권한 및 책임을 쥐고 있었다. 연구개발(R&D),마케팅 등 주요 사업 기능도 본사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GE는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이런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첫째,성장이 이뤄지는 곳에 권한을 준다. 둘째,개도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반드시 개도국에서 개발한다. 셋째,고위직 임원이 반드시 이를 적극 지지한다. 오늘날 GE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현지조직을 중국과 인도에 1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도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이 '기존의 안전한 전략'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가? 20세기의 공룡 GE가 21세기에도 우량기업일 수 있는 이유는 과감하고 발 빠른 변화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조미나 상무 · 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