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베트남 방문] 베트남 SOC사업 '삼국지'…日·中 질주에 한국 추격전

베트남 시장을 놓고 한국과 중국,일본 간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일본과 중국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본격 가세하면서 '신(新)삼국지' 열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베트남이 장기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에 3국 모두 자국 기업들의 참여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40개 노선 총 5753㎞의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내용의 중장기 고속도로망 계획 등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가 48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이 같은 대규모 사업에 한국 기업 진출의 길을 트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본과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베트남과 교역 규모는 중국이 201억달러,일본이 167억달러로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약 88억달러로 6위 규모다.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무기로 삼고 있다. 2006년 베트남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일본의 베트남 ODA 지원 규모는 공여국 가운데 가장 큰 110억달러를 넘어섰다. 메콩강 삼각주의 중심지인 껀터시와 빈롱시를 연결하는 길이 2.75㎞,사업비 2억6650만달러 규모의 현수교,호찌민 떤선넛국제공항 신청사 등이 일본 ODA 자금으로 짓고 있다. 신청사 사업비 규모는 1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일본은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향후 10년 동안 양국 수입액의 92%에 대해 비관세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베트남과 포괄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중국의 공세도 본격화하고 있다. 고속도로 등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다각적인 차원에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국영기업인 중국알루미늄공사(차이날코)를 내세워 중부 지역에 채광권을 확보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이다. 베트남은 알루미늄 주원료인 보크사이트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초기 섬유 봉제 중심에서 최근 중공업,전자,유통 등으로 진출 분야가 첨단화 · 대형화하는 양상이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로 10위였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3억5000만달러를 기록,3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ODA 9049만달러,유상차관 형태의 EDCF(대외경제협력기금)는 지난달까지 7억9000만달러에 머물렀으나 2011년까지 대폭 늘려 총 1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노이(베트남)=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