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공정 '발암물질' 검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앰코테크놀로지가 소속 6개 공장을 대상으로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를 의뢰한 결과를 입수했다며 23일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PR(Photo Resister)이라는 물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용물질 6건을 검사한 결과 6건 모두에서 0.08ppm에서 8.91ppm까지 벤젠이 검출됐고, 하이닉스는 4건의 사용물질 중 1건에서 3.95ppm의 벤젠이 검출됐다. 우리나라의 공기 중 벤젠 노출 기준은 1ppm이다.

김 의원측은 벤젠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된 1급 발암물질이며,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벤젠에 노출된 후 백혈구 감소증, 백혈병 등에 걸리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재근 삼성전자 전무의 "벤젠이나 방사선에 관련된 부분은 노출된 적이 없다"라는 발언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벤젠이 검출된 바 없다"는 증언과 배치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 의원과 함께 삼성전자 노동자 18명에게서 백혈병이 발생했고 9명이 사망했으며, 하이닉스 노동자 9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며 노동부는 2007년 12월 반도체 업체에 대한 역학조사를 결정,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통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반도체 제조업에서의 백혈병 및 관련 질환인 림프조혈기계암 발병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이 역학조사 결과 백혈병과 연관이 깊은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으로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삼성전자 노동자의 직업성 질환(산업재해)을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역학조사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실시했고,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조사보고서는 이달 말께 나올 것으로 김 의원은 예상했다.

김 의원은 "안전공단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며, 최소한 반도체 3사에서 실시한 수준으로 반도체 공정의 유해물질 사용에 대한 역학조사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한 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업무상 질병 여부를 재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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