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中 환율 조작국 아니라고? 농담하나"

"이기적인 중국이 세계경제 위협"
"고정환율로 빈국 일자리 박탈…달러 자산 팔면 美 오히려 이득"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사진)가 중국의 위안화 환율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22일 뉴욕타임스에 실은'중국의 단절(Chinese Disconnect)'이란 칼럼을 통해서다.

크루그먼 교수는"미국 관료들이 중국 문제를 대하는 데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한다"며 미 재무부가 반기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그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이 아니라는 건'농담'이라고 비꼬았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은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야 하지만 중국 당국은 위안화를 대거 팔고 외화자산을 매입하면서 이를 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이 2조2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화자산 매입이 글로벌 금융위기 토대가 된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위안화를 달러에 고정시키는 중국의 정책은 달러가 약세인 요즘 같은 상황에선 (세계경제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화가 유로화 등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 절하 효과를 보면서 글로벌 불균형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경제가 불충분한 수요(소비)로 침체에 빠져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중국 환율정책의 폐해는 더 크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은 약위안 정책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일자리까지 빼앗으면서 세계 대부분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시스템이 소규모의 핫머니(국제 투기자본)에도 쉽게 불안정해질 수 있는 가난한 나라는 환율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 정책을 펴도 문제될 게 없지만 중국과 같은 메이저 플레이어는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가 두려워하는'중국의 달러자산 매도'는 실제론 (달러 약세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미 경제를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 자국 통화를 내던지면서(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면서)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미국은 외교적인 이유로 이 같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중국이 이 일을 해주면 미국은 감사한다는 메시지만 보내면 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처럼 세계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자기중심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뭔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