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진화] 日 '욘사마 방송국' 유료 가입자 보름 만에 1만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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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수출서 복합 비즈니스로"'겨울연가'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너무 기뻐요. 주말마다 고대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일본 주부 야나기시 유카)
'겨울연가' 애니메이션 26부작이 지난 17일 일본에서 신설 위성방송 채널인 DATV를 통해 첫 전파를 탄 후 일본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애니메이션은 앞으로 매주 토요일 낮과 밤 본편과 재방송을 통해 팬들을 찾게 된다. DATV는 '한류 지존'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업체 키이스트가 지난해 말 인수한 일본 상장사 디지털어드벤처(DA)의 방송채널.일본 최대 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의 한국 콘텐츠 전문 채널로 지난 1일 개국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일본 상장사를 인수해 방송사업을 개시한 것은 처음이다. 콘텐츠를 수출하던 데서 벗어나 콘텐츠의 현지 유통에 직접 뛰어든 셈.한국 드라마 판권을 바탕으로 현지 방송권과 시청료 광고 수입을 올리게 됐다. DVD도 제작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한다. 뿐만 아니다. 화제의 드라마를 가공해 애니메이션 등 2차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내놓고 있다.
월 2500엔(약 3만2000원)을 내는 가입자가 출범 보름 만에 1만명을 훌쩍 넘었다. DA 측은 "스카이퍼펙트 사상 가장 빠른 속도"라며 "연말까지 손익분기점인 가입자 2만명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채널은 '왕의 여자' 등 한국 드라마(60%)를 중심으로 대만 등 아시아권 드라마,일본 연예인을 내세운 요리 미용 오락 프로그램들을 제작해 방송한다. 키이스트는 DA를 기반으로 방송사업뿐 아니라 디지털콘텐츠와 외식 여행 출판 등 새로운 한류 비즈니스를 펼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말 DA를 인수한 뒤 올해 5월 현지법인 BOFi를 DA와 합병시켜 상반기에만 99억원의 지분법평가익을 거뒀다.
DA는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매출 36억엔(460억원),순익 6000만엔(7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 12%,순익은 82% 감소했지만 올 들어선 BOFi와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실적호전이 예상된다.
도쿄 롯폰기의 DA 본사에서 만난 야지마 시게히코 DA 공동대표는 "욘사마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게 돼 올해 매출 55억엔,순익 4억엔을 목표로 세웠다"며 "누적 수익으로 인한 현금 보유량은 8월 말 기준으로 23억엔이며 부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모기업 키이스트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욘사마의 위력은 지난달 말 도쿄돔에서 열린 배용준의 사진여행 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기념회에서도 확인됐다. 이틀간 9만명의 팬을 끌어모으며 7억엔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야구경기장으로 쓰이는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이 행사는 '한류 지존'인 배용준으로서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류스타들은 2만석 이하의 홀에서 팬 사인회를 가졌을 따름이다. 이 책은 출간 20여일 만에 한국에서 4만부,일본에서 5만5000부나 판매됐다. 추가 인쇄본은 이달 말께 나온다. 중년 여성 마에다 사마씨는 "소장용과 구독용으로 두 권을 샀다"며 "책을 읽어보니 욘사마가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DA가 모기업격인 키이스트와 함께 이 책을 매개로 벌이는 여행사업 '키투코리아'도 인기다. 책에 소개된 한국의 장인과 전통을 체험하는 문화캠프 프로그램.우선 '서울'편에 18명의 일본인을 모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와 함께 서울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고 보자기 아트 등을 배우는 방식이다. 항공기 클래스,호텔,체험시간 등 옵션에 따라 2박3일간 가격은 5만~15만엔이다.
서울편에 이어 도자명인 천한봉과 함께 도자기 체험을 즐기는 '경북'편과 한지명인 장용훈과 함께 하는 '경기,강원'편,백담사에서 머무는 템플스테이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디지털콘텐츠 사업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분야다. DA는 지난 30여년간 PC와 휴대폰 등에 일본 배우와 모델들의 동영상 사진집,전자책,화면 꾸미기 등을 휴대폰 기종에 맞는 버전으로 제작해왔다. 만화와 소설 등도 디지털화해 휴대폰으로 보여주고 '고양이''개' 등의 유료 모바일 커뮤니티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프론티어'로 불리는 이 사업은 휴대폰 전용 소프트웨어 가공 제작시스템을 구축해 연예기획사와 소프트뱅크 등 이동통신사를 연결시키는 가교 역할을 한다. 키이스트와의 합병으로 배용준의 사진과 동영상,한류 드라마 OST의 컬러링 서비스도 시작했다. 휴대폰의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면서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키이스트의 '한식 한류'도 대박 상품이다. 한식당과 자체 브랜드의 도시락,김치와 막걸리 등이 일본 전역의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 잘 팔리고 있다. 2006년 8월 도쿄에 개설한 한정식 식당 고시례(高矢禮)는 일본 내 한식당 중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월평균 3000만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나고야에 추가로 설립한 직화구이 전문점 고시례-화(火)는 쇠고기 돼지고기 해물 등을 불에 직접 구워먹는 메뉴로 월평균 1000만엔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정식이나 직화구이는 일본인들에게는 새로운 메뉴다. '파인 다이닝'을 모토로 한국의 고급 식문화를 소개하는 전략이 적중한 것.고시례는 일본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한국 레스토랑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고시례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6월 1만4000개 점포를 가진 일본 최대 소매유통체인 세븐일레븐과 함께 도시락을 내놨다. 흔한 도시락이 아니라 건강과 맛의 균형을 이룬 고급 도시락이다. 가격은 무려 2500엔이나 되지만 2주간 예약을 받아 10만개를 팔았다. 지난 6월에는 주먹밥(개당 140엔,180엔)을 새 메뉴로 내놔 3주 동안 400만개를 판매했다. 이는 세븐일레븐을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한국의 식품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로 이만한 성과를 낸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식품 사업은 고시례 측이 디자인과 품질관리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시례는 500엔짜리 '김치'도 대형마트와 백화점 슈퍼에 10만여개나 선보였다. 가정용 막걸리는 지난해 9월부터 월평균 1만병씩 판매 중이다. 매실주도 이달 초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DA의 식품사업 관계자는 "고시례가 초기에는 배용준이 만든 브랜드란 화제성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단골들을 늘려가고 있다"며 "앞으로 포기김치와 오이김치 깍두기 등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류 스타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기업, 현지 유통망을 아우르는 복합 비즈니스는 한류 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