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고객감동 방송광고] 삼성증권…굴리는 물통 '큐드럼편' 태국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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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6대분 황토 깔아 아프리카 연출'Create'와 '금융'은 매우 어색한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금융 상황에서 'Create'만큼 절실한 단어도 많지 않다. 예전의 경제 이론과 투자 방법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 현실로 나타나면서 기존의 생각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광고 촬영 뒷 얘기
삼성증권의 광고는 새로운 슬로건을'Create with you'라고 천명하며 기존의 금융 광고와는 다른 TV 광고를 만들어냈다. 광고계에서 금융 광고는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가 매우 까다로운 광고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광고 탄력성이 낮은,즉 광고가 상품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상품이면서 상품 간의 금리나 수익률,부가서비스와 같은 혜택의 차별성도 크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광고 제작을 맡은 제일기획 측은 "'Create'라는 어려운 개념을 소비자들에게 되도록 쉽게,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광고 제작을 책임진 제일기획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그후 먹다,마시다,노래하다,놀다와 같은 무수히 많은 일상적인 행위들 중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한 소재들로 삼성증권 광고가 태어났다. 걷다와 문워킹,말하다와 랩,타다와 BMX,입다와 보디페인팅,쓰다와 그래피티 등 최종 소재 중에서도 보디페인팅이나 그래피티와 같은 문화는 아직도 소수만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한 비주류 문화가 TV 광고의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파격적인 시도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여럿 있었다. 보디페인팅 신을 찍을 때는 모델의 상반신에 점차 옷이 그려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1분마다 한번씩 촬영을 하는 콤마 촬영 기법이 사용됐다. 그래피티 신 촬영 때에는 해가 지기 전에 'Create with you' 슬로건을 그래피티로 완성하기 위해 메녹이라는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장장 9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물만 마시면서 그래피티를 그려내기도 했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의 문제점을 창조적으로 해결해주는 아이디어를 소재로 하기도 했다. 큐드럼(굴리는 물통)이나 솔라 비키니와 같은 소재들이 바로 그것.'휴지통 편'에서는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떨어진 휴지도 다시 집어넣고 싶게 하는 농구 골대 휴지통이 등장한다. '큐드럼 편'에서는 아프리카 아이들이 먼 길까지 물을 길러가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굴리는 물통 큐드럼이 탄생한다. '휴지통 편'에서는 지난 자본시장법 TV 광고에서 모델로 나온 전준홍씨가 마지막 멋진 슛을 성공시키며 기뻐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들을 기발한 'Solution'으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광고는 다른 금융권 회사들의 광고와 차별점을 지닌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문제의 해결은 '비키니 편'에서도 이어진다. 갑자기 끊어진 전원을 해결하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한 비키니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금발 미녀 모델이 입고 있는'솔라 비키니' 역시 미국의 아마추어 발명가인 앤드루 슈나이더가 실제로 발명한 제품이다. 실제 솔라 비키니의 경우 해변에서 선탠을 하는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상품으로 현재 MP3 플레이어 충전이 가능한 여성용 수영복이 나온 상태라고 한다.
세계 각지에서 촬영된 삼성증권 광고에는 여러 애로사항도 있었다. '큐드럼 편'의 경우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적 출신의 모델들에게 일일이 통역을 하면서 촬영을 진행하느라 스태프들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광고에 나오는 큐드럼의 경우 현재 남아프리카,탄자니아,앙골라,가나 등지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을 공수한 것이다. 그리고 큐드럼 편이 실제로 촬영된 장소는 아프리카가 아닌 태국이다. 태국의 한 촬영 장소에 약 트럭 6대 분량의 황토를 땅바닥에 직접 깔아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