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고객감동 방송광고] 롯데카드…본관은 대한민국…시조는 롯데카드…성은 '디씨'

티저광고란 신상품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회사명과 상품명을 철저히 숨기면서 독특하고 강렬한 크리에이티브로 궁금증을 유발시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고도의 광고기법이다.

티저광고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현 광고시장에서 카드사 광고도 예외가 아니다. 티저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기 때문에 카드사의 광고주나 대행사들은 그들의 욕구를 자극할 만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느라 밤잠을 설친다. 매일 새로운 카드들이 각종 혜택,탁월한 서비스로 중무장해 세상에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서슬 퍼런 가위 형장에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제품에 장점이 많더라도 최초 티저광고에서 시선을 끌지 못하면 수명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2남1녀의 형제를 둔 필자의 집에 여러 해 전,새하얀 암컷 새끼 마르티스가 들어왔다. 부모님께서는 막내딸이라 여기시고 그 녀석에게 '딸기(?)'라는 이름도 지어주셨다. 얼마 후 예방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에 가게 됐다. 진료카드 동물 이름 기입란에 녀석의 이름을 기입해야 했는데 아버지께서는 '송(宋)딸기' 라고 쓱쓱 적으셨다. 동물병원 원장은 "수의사 생활 20년 만에 애완견에게 주인 가족의 '성씨(姓氏)'를 붙인 건 처음"이라며 껄껄 웃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필자의 주위에서 자신의 애완 동물에게 가족 성씨를 붙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우리 가족의 생각이 너무 앞서가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드디어 필자를 흐뭇하게 미소 짓게 하는 광고를 만났다.

본관은 대한민국,시조는 롯데카드며 '디씨(氏)'로 창시된 '롯데 DC 플러스카드'.대한민국 광고 사상 최초로 성씨 마케팅의 새 장르를 활짝 연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해 보자.김씨,이씨,박씨,구씨,원씨,뇌씨,좌씨,빙씨 등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대한민국의 성씨들과 '와,세상에 이런 성씨도 있었나'하는 희귀 성씨들을 숨이 턱에 넘어갈 듯 나열하다 갑자기 "디씨 디씨 혹시 디씨를 아세요"로 클로징되는 티저광고는 생뚱맞으면서도 의아한 상황으로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뒤이은 본 광고에서도 각양의 성씨를 가진 인물들로 제품의 장점을 쉽고 친근하게 스토리로 연계시켜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해 성공적인 광고 론칭을 하게 됐다.

위에서 언급한 필자의 에피소드를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성씨 의식은 뿌리 깊다. 이런 범국민적 공감대 위에 롯데DC플러스카드의 성공요인은 '친근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승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첫째,월말이 되면 두렵게 느껴지는 딱딱한 플라스틱 카드를 '디씨'라는 사람의 성씨를 붙여 의인화시킨 발상이 평범한 플라스틱 카드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단순히 물질적인 카드가 아닌 이웃사촌 같은 친근함과 포근함으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또한 카드 소비자들의 최고 혜택인 'DC(할인)'의 장점을 성씨 모티프에서 비롯된 제품명 '디씨'로 표현됐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제품을 쉽게 기억하고 기업은 제품의 우수성을 최대한 알릴 수 있다. 둘째,김아중이란 섹시 아이콘의 실제 모델과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라는 친근하고 익살맞은 만화 캐릭터를 동시에 기용함으로써 광고의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티저 광고 이후 본편에서는 제품 자체의 우수성을 티저광고와 마찬가지로 일관된 성씨 모티프를 사용해 다양한 성씨를 가진 인물들로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꿔왔던 카드'란 제품의 슬로건이 식상한 카피 문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판매 중인 어떤 카드보다 많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을 내세워 광고의 정점을 찍었다.

송채훈(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 기획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