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美토크쇼서 방청객 276명에 車 한대씩 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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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마케팅 2.0시대#1 미국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가 19번째 시즌을 시작했던 2004년 9월13일.이날 토크쇼의 주제는 '자동차'였다. 방송 전 '자신에게 꼭 자동차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사연을 접수받은 윈프리는 사연을 쓴 시청자 중 276명을 선발,방청객으로 초대했다. 처음 윈프리는 "방청객들 중 12명에게만 차를 나눠주겠다"며 행운의 주인공 11명을 한 명씩 무대로 불러냈다.
이변은 12번째 추첨에서 일어났다. 12번째 당첨자를 소개하는 대신 모든 방청객에게 작은 상자를 나눠준 것."이 중 단 하나의 상자에만 자동차 열쇠가 들어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결과는 '서프라이즈'였다. 남아 있는 265명이 모두 상자에서 열쇠를 뽑았다. 방청객들은 열광하며 윈프리와 함께 276대의 자동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이 행사를 기획한 것은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다. 신제품 스포츠 세단 폰티악 G6를 알리기 위해 오프라 윈프리의 후광을 이용한 것.마케팅 전문가들은 윈프리 깜짝쇼로 인한 홍보 효과를 행사 소요 비용(8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 2000만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2 지난 12일 정오.삼성그룹이 녹색경영 홍보를 위해 만든 웹사이트 'www.4tomorrow.co.kr'는 접속자 폭주로 몸살을 앓았다. '걸 그룹 드림팀'으로 불리는 '포투머로우'의 뮤직비디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포투머로우의 멤버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애프터스쿨의 유이,포미닛의 현아,카라의 한승연 등 4명.소속이 다른 아이돌 스타들이 어떻게 함께 어우러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
삼성은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뮤직 드라마로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가인의 얘기가 19일,순수음악 지망생이 클럽 DJ에 도전하는 한승연의 스토리가 27일 각각 공개됐다.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의 결합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기 위해 음악,뮤직비디오,토크쇼,영화,뮤지컬,드라마 등과 제품 홍보를 연계하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Branded Entertainment Marketing · 이하 BEM)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BEM에 투자하는 비용은 연간 200억달러(2007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휴대폰,MP3플레이어 등 젊은층을 겨냥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의 결합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브랜드 전문가들은 BEM 열풍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브랜드를 노출해야 사실감과 역동성을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타깃에 충분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BEM의 장점으로 꼽힌다.
◆스토리텔링 입혀 전통 마케팅과 융합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BEM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특정 기업의 제품을 눈에 띄게 배치하는 PPL(products in placement)이다. 미국 PPL 시장은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장,올해 약 7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의 BEM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노래 가사 속에 제품명이나 기업 브랜드를 삽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맥도날드는 2005년부터 미국의 인기 힙합그룹들의 노래 가사에 자사의 브랜드를 섞는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휴대폰 마케팅도 맥도날드와 엇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 롤리팝(빅뱅+2NE1),아몰레드(손담비+애프터스쿨) 등 제품명이 들어간 상업용 가요의 제작을 지원하고 광고에도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지원했던 롤리팝의 경우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최근 BEM의 키워드는 '스토리텔링'이다.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BEM 뒷얘기를 만들어야 입소문을 더 많이 탄다고 판단한 것이다. LG전자의 '뉴초콜릿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초콜릿 러브'라는 곡을 만든 후 걸그룹 소녀시대와 f(x)에게 서로 다른 분위기로 같은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소비자들이 두 그룹을 비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마케팅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뉴초콜릿폰과 관련된 더 많은 얘기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삼성그룹이 녹색경영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두근두근 투머로우' 캠페인의 특징은 BEM과 기존 온 · 오프라인 마케팅을 연계한 것이다. '마케팅 융합'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다양화한다는 의도다. 삼성은 프로젝트 그룹을 만드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서울 강남 지역에 캠페인을 알리는 오프라인 카페를 열고 홈페이지에 접속해 쿠폰을 출력해 오면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