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자동차 풍향계] F1 개최는 자동차 문화 업그레이드 할 절호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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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얼마 전 상영됐던 영화 '국가대표'는 큰 인기를 얻었다. 일반인들에겐 낯선 스키점프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 가면서 훈련을 거듭하는 국가대표들의 고군분투기가 감동을 자아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F1(포뮬러원) 개최를 준비하는 이들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F1은 포뮬러 머신으로 경주하는 자동차 경주대회다. 1950년 시작된 이 경주는 전 세계를 돌며 1년에 18차례 경기한다. 우승한 드라이버에겐 부와 명예가 돌아간다. 자동차 메이커 역시 굉장한 명성을 얻는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손꼽히는 F1이지만 한국에선 그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9월 포뮬러원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지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결정한 법인이다. 한국 그랑프리 날짜도 2010년 10월15일로 결정됐다. 이 두 가지는 F1이 과연 한국에서 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충분한 해답을 준 셈이 됐다. 또 다른 기우는 혼다를 비롯해 BMW가 F1에서 철수하는데 그것이 F1 열기를 식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였다.
F1 역사상 요즘처럼 메이커들의 참여가 활발했던 시기는 없었다. F1대회 초기엔 메이커들이 주도하지 못했다. 레이싱팀이 자동차 제조업체로부터 엔진이나 섀시를 공급받아 경기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 메이커의 활발한 참여로 F1 비즈니스 규모가 확대됐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가 해외 판매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F1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나라에서도 F1을 개최하는데,세계 5위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F1을 볼 수 없다는 상실감 때문이다. 자동차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게 F1 개최다. F1은 잘 모르면 지루한 스포츠다. F1 한국대회 개최가 자동차 및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원래는 카트나 원메이크 경기가 성숙돼 F1에서 정점을 찍는 게 순서이지만 한국에선 F1부터 시작해 다른 경주대회로 확산되는 형태가 될 듯 싶다.
아직도 F1 열기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2002년 초만 해도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외국 축구선수는 물론이고 국내 선수 이름조차 제대로 외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막상 월드컵이 시작된 후에야 축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F1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다. 그 굉장한 스피드와 열광의 도가니는 지금 얘기해봤자 탁상공론이다. 2010년 10월15일 전남 영암서킷을 울리는 포뮬러 머신의 엔진음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터매거진 편집장 kino2002@motor-m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