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정부가 지분가진 기업 빨리 주인 찾아줘야 투자 확대 효과"

최경환 지경부 장관에게 듣는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3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기업의 주인을 빨리 찾아줘 인수자가 활발히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게 단기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정부가 주인인 기업의 인수합병(M&A)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채권단과 금융 공기업에서는 책임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고,한편으로는 이들 기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즐기려는 분위기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토론내용.▼현정택 인하대 교수=제조업은 선두권인데 서비스산업 생산성은 선진국의 65% 정도다.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은.

▼최 장관=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2의 수출운동을 펼쳐야 한다. 한국의 제조업이 강하다. 제조업에 기반한 서비스를 수출하면 고용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수출의 고용효과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그 문제의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제조업에 기반한 서비스 수출을 늘리면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현 교수=선진국의 내수시장이 위축돼 있다. 때문에 중국의 내수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 한 · 중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는 게 절실하다고 보는데.▼최 장관=한 · 중 FTA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지만 시간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기찬 웨어펀인터내셔널 회장=국민들이 느끼는 경기회복 체감도는 낮다. 내수부양이 절실하다.

▼최 장관=재정이 소진돼 무리한 내수 부양책을 쓰기 어렵다. 내수는 소비와 투자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일자리는 투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서비스분야의 규제를 더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게 내수를 살리는 정공법이다. ▼이승훈 서울대 교수=녹색성장이 제대로 되려면 에너지 절약밖에 해답이 없다. 에너지가격이 싸면 낭비되고,비싸면 절약된다. 정부가 개입하는 에너지가격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최 장관=에너지사용을 줄이려면 기술을 개발하거나 가격을 올려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국민들이 비싼 에너지를 쓸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원가가 반영된 요금체계로 가야 한다. 특히 전력요금은 문제가 있다. 그런 원칙에서 판단해 나가겠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공공 디자인 같은 경우는 R&D(연구개발)보다 투자 효과가 훨씬 크다고 본다. 한국은 공급자인 디자이너와 수요자인 기업,정부 간에 엄청난 인식 차이가 있다. 하드웨어만 신경 쓴다. ▼최 장관=디자인산업의 활성화는 단기간에 안 되더라도 꾸준하게 노력하겠다.

▼허노중 SK경영경제연구소 고문=지경부가 기업을 여러 분야에서 지원하는데,지원 뒤엔 반드시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있다.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모럴해저드가 나타나고 있다.

▼최 장관=R&D 혁신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은 확실하게 바꿔놓되 그 시스템하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해야 한다. 다 성공하면 누가 R&D에 투자하겠나. 태양광분야에서 모럴해저드가 있는 것으로 안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2년간 1200명 정도를 채용했다. 회계컨설팅은 사람 비즈니스다. 작년에 300만달러 정도를 해외에서 벌었는데 사람을 파견해 번 것이다. 영국은 사람 비즈니스로 엄청나게 돈을 번다. 뮤지컬 기획자,디자이너 등이 한 달에 수억원씩 벌어들인다. 우리도 고급인력을 양성한 뒤 해외에 파견해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최 장관=지경부가 마련 중인 수출의 고용유발 확대방안도 주로 그런 내용이 될 것이다. 그런 분야에는 제품 수출에 준하는 지원을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제2의 수출운동' 아니겠나.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녹색성장산업에 대해 정부가 범위를 정하고 녹색기술 기준을 정해 인증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녹색버블 우려가 나오다 보니 인증이 일부 기업에 국한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더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최 장관=녹색기술 인증제도는 투자자들이 참고만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너도 나도 녹색을 앞세우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실적이 없다고 국내 기업들의 납품이나 진입을 막는 경우가 국내에서도 많다. 실적이 없더라도 국산제품을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

▼최 장관=통상마찰도 고려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잠재력이 큰 중동 아프리카 등 자원이 많은 시장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보는데.▼최 장관=자원과 연계한 수출이 중요하다. 패키지형 딜을 추진하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에 부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대형 유전을 확보했고,광물자원 확보도 늘어나고 있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공사 등을 대형화하는 중이다.

정리=류시훈/박신영 기자 bada@hankyung.com